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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 폐지에 반대한다 장기적인 시선으로 돌아보라 마지막 단막극 폐지가 의미하는 것 영화 에서 전도연은 눈부셨다. 하지만 MBC ‘간직한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의 전도연 역시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전국 5백만을 돌파한 영화 의 김윤석 이전에는 KBS ‘아나그램’과 ‘제주도 푸른밤’의 김윤석이 있었다. SBS 드라마 에서 안내상의 연기력을 의심하는 바는 아니지만, ‘내일 또 내일’의 전신마비 장애우 연기는 지금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배우들뿐만이 아니다. 으로 스타급 연출자가 된 이윤정 PD나 노희경 작가, 의 김도우 작가, 의 함영훈 PD 등 대다수 PD와 작가들이 ‘단막극’이란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말하자면, 단막극은 드라마 장르에 있어 ‘신춘문예’와 같은 역할을 해온 것이다. 단막극의 효능은 보통 주말연속극이나 미니시.. 더보기
책 리뷰_남촌 공생원 마나님의 280일 [한국 소설 품는 밤]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로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던 김진규가 두 번째 소설을 출간했다. 그런데 심각한 어조의 전작과는 달리, 이번에는 술술 읽히는 대중성이 두드러진다. “쓰는 내내 노는 마음이었다”는 작가의 말대로, 은 독자에게 마당놀이 한판을 보는 듯한 유쾌함을 선사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일일드라마나 시트콤으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배경은 조선 영정조 시대의 한성부 중 ‘명례방’ 즉, ‘남촌’이라 불리는 곳인데, 당시 정치적·사회적인 흐름보다는 현대에도 충분히 적용될 법한 다양한 인간들에 무게중심을 둔다. 그것도 양반보다는 중인이나 노비, 귀감이 될 만한 선비보다는 아둔하고 삽질을 일삼는 중년 사내들로 가득하다. 하나같이 한심한 인생들이지만, 왠지.. 더보기
무규칙 배우, 니콜러스 케이지 언제부터 니콜러스 케이지가 농담의 대상이 됐을까?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한 ‘케서방’이라서? 가속도가 붙은 탈모 증세와 무기력한 눈빛 때문에? 젊은 시절 흐느적거리던 매력이 퇴색한 건 사실이지만, 그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은 아직 그가 전성기임을 보여준다. 아무리 사람마다 취향이 제각각이라지만, 니콜러스 케이지의 브로마이드를 침대 맡에 붙여놓는 소녀들은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좀 잔인하게 비교하자면, 톰 크루즈나 맷 딜런 같은 또래 배우들이 ‘포지티브’한 에너지를 주는 반면, 케이지는 한없이 ‘네거티브’한 쪽에 가깝다. 처진 눈썹, 일찌감치 체념한 듯한 눈빛, 듣는 이의 멘탈 상태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 저음의 목소리. 좋게 말하면 우수에 젖은 이미지인데, 나쁘게 말하면 조금 맹하게 보이는 것도 같.. 더보기
<예언자> 리뷰 19살 소년이 감옥에서 완성한 ‘나쁜 교육’ 는 19살 아랍계 소년 말리크(타하르 라힘)가 갓 교도소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문을 연다. 말리크는 경찰폭행으로 6년형을 선고받았고, 이제 소년원을 떠나 어른들과 함께 복역해야 한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154분의 긴 러닝타임 중 주인공의 가장 순수한 얼굴을 접하게 된다. 비록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왔지만, 말리크는 아직 비열한 세계에 물들지 않았다. 그는 가족도, 친구도 없으며, 아랍인으로서의 정체성이나 도덕적 딜레마를 알지 못한다. 말하자면, 말리크는 현재 백지상태다. 감옥을 평정하던 코르시카계 갱 두목 루치아니(닐스 아르스트럽)가 그를 눈여겨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말리크의 순수성이 훼손된 시점은, 루치아니의 강요로 같은 아랍인 레예브(히켐 야코비)를.. 더보기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 Music is a Miracle 에밀 쿠스트리차 &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 지난 6월24일, 에밀 쿠스트리차가 한국을 방문했다. 영화감독 자격으로서가 아니라, 집시 록 밴드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의 멤버로서. 2시간 동안 펄펄 끓는 에너지를 불어넣은 콘서트는, 쿠스트리차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흥겨운 난장이었다. 그 열기와 광기를 되새겨 본다. 광기 어린 난장 벌판 위에 친 천막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 땅 위의 먼지가 터질 듯한 사운드에 놀라 공중에 들끓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LG아트센터는 국내 최고의 음향시설을 자랑하는 공연장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에밀 쿠스트리차 &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거장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는 해도, 이들의 음악을 어찌 질서정연하게 앉아서 즐길 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