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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천지호 언니를 추모하며 사랑했던 천지호 언니, 언니가 이 지랄맞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다섯 밤이 지났수. 그 사이 대길이는 언니 무덤에 돌을 쌓아주고 제 갈 길을 떠났지만, 내게는 아직도 언니의 진한 발 냄새가 코언저리를 헤매고 있수다. 난 아직도 언니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아요. 굳이 18회에서 죽어야 했는지 이유도 잘 모르겠고. 언니가 축지법 쓰는 황철웅을 피해 ‘천사인 볼트’처럼 도망쳤을 때, 그 살인귀가 언니한테 이렇게 말한 거 기억나우? “어느 골에서 허망하게 죽지 말고 꼭 살아 있거라”라고. 그런데 이게 뭐요. 차라리 조선 제일의 살인귀한테 멋지게 죽을 것이지, 근본도 모르는 포졸에게 화살 맞고 30분간 피 흘리다 허망하게 죽어버렸잖아요. 누구보다 생명력이 질길 것 같던 언니가 “발가락 긁어달라”는 지저분한 유언을.. 더보기
단순한 기술이 좋다 얼리어답터, 프로슈머가 미덕인 세상. 하지만 때로는 눈 돌아가게 발전하는 신기술이 피곤하다. 꼭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발 빠르게 적응해가야 하는 걸까? 25년 쯤 전에는 매일 밤 기계식 타자기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활자가 실린더 위에 놓인 종이를 때리는 소리, 땡 하고 울리며 다음 줄로 내려가는 소리. 아버지 타자기는 가끔 장난감으로 둔갑하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타자를 배웠다. 타자기는 불편했다. 수정을 하려면 수정액을 쓰거나 새 종이를 끼워 처음부터 다시 타자를 하는 수밖에 없고, 문장을 잘라 다른 자리에 붙이기나 자동 맞춤법 검사 같은 건 기대도 안했다. 그러다 어느 때인가 기계식 타자기는 전동식 타자기로, 다시 워드 프로세서로 바뀌더니 드디어 컴퓨터가 책상 위를 차지했다. 그 시절 한글 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