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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엄친아, 보통의 매력 - 맷 데이먼 A to Z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평범한 얼굴과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맷 데이먼에게 붙여진 이 극단의 수식만큼, 배우로서 스펙트럼은 다채롭다. 맷 데이먼의 시작은 ‘할리우드 엄친아’였다. ‘하버드 대학 영문과 출신’이라고 써있는 것 같은 똘똘한 얼굴로 ‘고학력’ 캐릭터를 도맡으며 이름을 알리던 차에, 스물일곱 살엔 단짝 친구와 함께 쓴 시나리오로 오스카 각본상까지 수상했다. ‘가장 미국적인 평범한 얼굴’을 무기로 소녀 관객들의 ‘핀업 가이’로 급부상했지만, 연이은 흥행부진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그를 다시금 일으켜 세운 건 지극히 평범해서 극도로 매력적인 ‘생계형 스파이’ 제이슨 본이다. 21세기 스파이 영화의 롤모델이 된 [본] 시리즈 이후, 맷 데이먼은 기다렸다는 듯 성큼성큼 보폭을 넓히고 있다. 3월4일 개봉한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의 듬직한 럭비 선수와 3월25일 개봉할 [그린 존]의 냉철한 미군장교만 비교해도 답이 나온다. 평범해서 더욱 매력적인 맷 데이먼의 모든 것.


 

맷 데이먼 A to Z


American Ordinary Man
가장 미국적인 평범한 얼굴

짱구 이마를 살짝 가린 모범생 헤어스타일, 웃으면 감기는 작은 눈, 다부져 보이는 약간 돌출된 입. 좋게 말해 ‘가장 미국적인’ 쉽게 말해 ‘도통 배우 얼굴 같지 않은’ 맷 데이먼의 외모는 조각미남들이 발에 차이는 할리우드에서 되레 특별해 보인다. ‘롤링스톤즈’는 ‘가장 보통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맷 데이먼의 외모가 그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순수하되 나약해보이지 않고, 우울하되 우둔해보이지 않고, 똑똑하지만 잘난 척하지 않을 것 같은 그의 얼굴 덕에 맷 데이먼의 캐릭터는 언제나 호감이 간다. 길에서 마주쳤을 때, 웃으며 인사를 건넬 것 같은 남자에게 여성관객은 언제나 좋은 점수를 주기 마련이다.” 하긴 [굿 윌 헌팅](97)부터 [그린 존](10)까지, 맷 데이먼이 각양각색의 캐릭터 속으로 스르륵 잠수해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캐릭터를 ‘잡아먹지 않을 만큼만’ 준수한 외모 덕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할리우드엔 아름다운 남자들이 너무 많다. 그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내 얼굴에 감사한다”며 ‘가장 보통의 얼굴’에 만족해했다.


Ben Affleck 벤 애플렉

잘 알려진 바대로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은 할리우드의 단짝 친구다. 어린 시절부터 건너 집에 살며 붙어 다녔던 두 친구는 꿈도 같았다. 할리우드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배우가 되는 것. 8살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해온 벤은 맷과 함께 [필드 오브 드림스](89)에서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도 오르지 않는 단역으로 동반 출연하는 등 필모그래피를 함께 쓰는 단짝 동료가 됐다. 벤 애플렉은 맷과 함께 [굿 윌 헌팅](97)의 공동각본을 쓸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이 영화에는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이 언제인지 알아? 내가 너희 집 골목에 들어서서 네 집 문을 두드려도 네가 없을 때야. 영화 속 처키(벤 애플렉)가 했던 대사는 우리가 현실에서도 서로에게 했던 말이다. 이 영화를 통해 맷의 능력이 인정받을 거라고 거의 확신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맷은 [체이싱 아미](97)에서 주연을 꿰차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벤에 비해 덜 알려져 있었다. [굿 윌 헌팅] 이후에도 벤의 필모그래피가 더 화려했다. 벤이 [아마겟돈](98) [진주만](01) [썸 오브 올 피어스](02)등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동안 맷의 [배가 번스의 전설](00) [올 더 프리티 호시스](00)가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자 언론은 벤의 핑크빛 미래와 맷의 잿빛 미래를 비교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맷은 [본 아이덴티티](02)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붙어야 산다](03)에서 활달한 쌍둥이 형과 사사건건 비교당하는 밥의 심정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간의 입방아와 상관없이 [도그마](99), [제이 앤 사일런트 밥](01)에 함께 출연하며 단짝 우정을 과시했다. 현재는 “서로의 취향과 안목을 있는 그대로 지지할 때”라며 영화적 노선의 차이를 인정하고 있지만, 30년 우정은 여전히 끈끈하다. 비슷한 시기 가장이 된 두 사람은 아버지날을 기념해 함께 하와이로 가족여행을 떠나고, 서로의 프리미어 시사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서로를 응원하며 “일 뿐만 아니라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기적 같은 행운”이라고 입을 모으는 베스트 프렌드다. 


Childhood 어린 시절

맷 데이먼은 1970년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세무사 아버지와 대학에서 교육학을 가르치던 어머니는 그가 세 살 때 이혼했고, 맷은 세 살 위의 형과 어머니와 함께 보스턴에서 생활했다. 자녀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어머니는 교육프로그램에서 만난 벤 애플렉의 어머니와 친분을 쌓았고, 그 덕에 맷 데이먼은 평생의 단짝 친구 벤 애플렉과 만날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맷 데이먼은 문학에 재능을 보였고, 중학교 때부터 이미 시나리오와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웃에 사는 저명한 사회학자 하워드 진과 교류했고, 하워드 진의 소탈하고 진심어린 교육방식을 <굿 윌 헌팅>의 스승 캐릭터에 담기도 했다. 또한 그는 열렬한 스포츠 마니아이기도 하다. 축구와 럭비, 야구를 특히 좋아하며, 그 중에서도 스스로 “보스턴 레드 삭스의 미치광이”라고 칭할 만큼 열혈 팬이다. 아무리 바빠도 벤 애플렉과 함께 보스턴 레드 삭스의 첫 경기 관람을 빼놓지 않는다고.   


Debut 데뷔 시절

“한 시간에 2달러를 주는 단역 오디션을 셀 수 없이 다닌 끝에” 맷 데이먼은 로맨틱 코미디 [미스틱 피자](88)에서 작은 배역을 맡아 본격적인 할리우드 입성에 성공했다. 그 뒤 [로빈슨 가족](90)과 [스쿨 타이](92), [제로니모](93) 등에 얼굴을 비추며 조금씩 인지도를 쌓던 맷 데이먼의 연기력을 부각시킨 영화는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전쟁 블록버스터 [커리지 언더 파이어](96, 사진). 할리우드의 요정 맥 라이언과 연기파 배우 덴젤 워싱턴의 만남으로 화제를 일으킨 이 영화는 기대 이하의 흥행을 기록했지만, 몸무게를 20킬로그램이나 감량하며 피폐한 군인 이라리오를 연기한 맷 데이먼의 연기는 언론의 관심을 얻기에 충분했다. 맷 데이먼은 [커리지 언더 파이어]에 대해 “큰 규모의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이며 “배역의 비중과 상관없이 영화의 한 부분을 완성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작품이라고 회상한다. 


Encourage Project 신인감독 지원, 발굴 프로젝트

“우리가 할리우드의 신데렐라 스토리에 그치길 원하지 않았다” 맷 데이먼이 벤 애플렉이 신인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를 지원, 발굴하는 ‘그린라이트 프로젝트’를 설립한 이유다. 오랜 무명시절을 겪으며 동고동락하던 두 사람은 [굿 윌 헌팅]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자신들과 같은 ‘꿈 많은 청춘’들에게 할리우드 입성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들은 [아메리칸 파이]의 제작자 크리스 무어와 미라맥스 필름 앤 텔레비전의 후원으로 재능 있는 신인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를 육성하는 ‘그린라이트 프로젝트’를 설립한다. 2000년에 시작된 1회 공모전에는 약 7천여 편의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접수됐고, 3차 심사를 통해 피트 존스의 시나리오 [도둑맞은 여름]를 대상으로 선정하고 1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지원했다. 그 결과 2001년 피트 존스는 에이단 퀸과 보니 헌터 주연의 [도둑맞은 여름]을 완성해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했고, 이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제작한 HBO의 [그린라이트 프로젝트]는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이 프로젝트를 후원한 크리스 무어는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의 목표는 순수하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중에서도 첫 작품을 완성하는 중압감이 얼마나 혹독한지, 그리고 입장료를 내고 극장을 찾은 첫 관객들에게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들의 목표는 훌륭히 달성됐다”고 평가했다. [그린라이트 프로젝트]는 2003년과 2005년 각각 2, 3회 공모전을 실시하며 시나리오작가와 감독 지망생, 제작자 지망생에게 지속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Funniest Video 퍼니스트 비디오

2008년 여름, 유투브는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의 ‘섹스 비디오’로 발칵 뒤집어 졌다. 이 놀라운 이야기는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지미 캠벨의 쇼가 발단이다. 지미 캠벨은 [본]시리즈로 한창 주가를 높이던 맷 데이먼을 코미디의 소재로 이용했고, 결국 실제로 그를 쇼에 초대해 놓고 등장하자마자 말 한마디 할 틈 없이 쇼를 끝내는 특별한 이벤트를 벌인 것. (사전에 미리 계획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맷은 캠벨에게 불같이 화를 냈고, 이후 캠벨과 맷의 ‘릴레이 코미디’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 중 결정타는 맷 데이먼의 ‘I'm F***ing Matt Damon’ 뮤직 비디오. 맷 데이먼이 캠벨의 실제 여자친구인 코미디언 사라와 함께 “나는 맷 데이먼과 잤다”는 폭탄 발언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캠벨에서 포복절도 복수전을 펼쳤다. 하지만 캠벨도 지지 않고 맷의 절친 벤 애플렉을 불러들여 “나는 벤 애플렉과 잤다”는 뮤직비디오로 응수했는데, 출연자가 어마어마하다. 택배 기사로 출연한 브래드 피트를 비롯해, 로빈 윌리암스, 해리슨 포드, 돈 치들, 카메론 디아즈 등 20여 명의 ‘할리우드 최고의 별’들이 뮤직비디오 놀이에 동참해 ‘블록버스터 급’ 유머 센스를 선보였다.


Good Will Hunting 굿 윌 헌팅

“지금까지 모든 영화에 최선을 다했지만, 그 중에서도 내 심장에 가까웠던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굿 윌 헌팅]이다. [굿 윌 헌팅]을 만드는 과정은 기절의 연속이었다. 영화의 판권을 미라맥스가 1백만 달러에 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벤과 나는 기절했고, 구스 반 산트가 감독한다고 들었을 때 또 한 번 기절했고, 로빈 윌리암스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 서로 킬킬거리며 ‘거짓말’이라고 했다”는 맷 데이먼의 회상처럼 [굿 윌 헌팅]은 기적처럼 시작됐다. “고향인 보스턴에서 첫 촬영이 시작된 날, 벤과 나는 작가 신분으로 카메라 뒤에 서 있었다. 로빈 윌리엄스가 서고 카메라가 돌아가고 구스 반 산트가 ‘액션’이라고 소리 칠 때 우리는 펑펑 울었다.” 울고 있는 그들에게 로빈이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건 행운이 아니야. 너희가 노력해서 해낸 거야.” [굿 윌 헌팅]의 제작기 자체가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보스턴의 빈민가에 살던 꿈도, 희망도 없는 청년이 인생의 스승을 만나 새로운 삶을 꿈꾸는 감동적인 과정을 그린 [굿 윌 헌팅]에서 맷 데이먼은 수학 천재 윌 헌팅 역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훌륭히 증명해 낸다. 윌의 영혼의 스승이던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암스)가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줄 때, 마음의 벽을 허물던 청년의 순수한 눈빛에 전 세계 관객이 마음을 열었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천재의 방황은 맷이 어린 시절부터 겪어 온 현실과 다름없었고, 그는 현실의 이야기를 모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빚어내는 재능을 발휘했다.


Harvard Univ. 하버드 대학교

‘할리우드 엄친아’라는 별명은 맷 데이먼의 학벌 때문이다. 중학교 때부터 연극 대본을 쓰고 연극 연출을 했던 맷 데이먼은 1998년 하버드 대학교 영문과에 진학해 1992년까지 수학했다. 하버드 생활의 대부분을 수업 대신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데 쏟아 부은 탓에 학점은 B+ 정도. 비록 졸업은 못했지만, 하버드 생활은 맷 데이먼에게 큰 자산이 된 것은 확실하다. [굿 윌 헌팅]의 시나리오 역시 하버드 시절 문학창작 수업 과제로 작성한 짧은 희곡에서 태어난 것이다. 맷 데이먼은 자신의 학창시절에 대해 “수업 시간표를 짜는 것보다 오디션 시간표를 짜기에 바빴던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배우 에이전시에 가입해서 오디션에 참가했고, [스쿨 타이](92)에 캐스팅 되면서 로스앤젤러스로 집을 옮기면서부터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Invictus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

3월4일 개봉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이하 [인빅터스] 에선 오랜만에 맷 데이먼의 듬직하고 모범적인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1995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위대한 지도자가 스포츠를 통해 화합과 희망의 가치를 확인시킨다는 내용의 감동 드라마다. [인빅터스]에서 맷 데이먼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의 신임을 얻는 럭비팀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를 연기한다. 흑과 백의 인종문제가 극심했던 당시, 만델라 대통령은 분열된 남아프리가 공화국을 하나로 응집시킬 방법으로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럭비 경기를 선택한다. 만델라 대통령의 큰 뜻에 감명 받은 프랑소와는 최약체였던 팀을 고무시켜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을 이루는 작은 기적을 일으키게 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다고 매달렸다”는 맷 데이먼은 [인빅터스]에서 몸무게를 15킬로그램 늘리고 등 두께를 어깨 너비만큼 키워 완벽한 ‘선수의 몸’으로 변신한다. 실제로 그는 고등학교 시절 럭비 선수로 활동했고 [스쿨 타이]에서도 럭비 선수를 연기한 적이 있다.


Jason Bourn 제이슨 본, 새로운 분신

이제 ‘맷 데이먼’ 하면 [굿 윌 헌팅]의 단정하고 귀여운 청년의 미소 대신, [본]시리즈의 바위처럼 단단한 남자의 앙다문 입술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맷 데이먼조차 제이슨 본이 자신의 분신이 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본 아이덴티티]를 촬영할 때만 해도, 2, 3편을 찍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저 개봉할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맷 데이먼의 엄살이 아니다. [본 아이덴티티]는 개봉 전부터 말썽이 많았다. 스파이 영화의 무너지지 않는 모델은 매끈한 수트를 빼입고, 술 잘먹고, 농담 잘하는 바람둥이 제임스 본드가 전부였던 시절, ‘생계형 스파이’ 제이슨 본의 장수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본 아이덴티티]의 개봉은 기약 없이 밀렸고, 그 와중에 4번이나 재촬영을 했다. 맷 데이먼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제국주의적이고 여성혐오증인 스파이가 최고로 인정받는 것은 뭔가 잘 못된 것 같다”고 생각하던 맷 데이먼은 “이젠 새로운 스파이 모델이 필요하다”며 뚝심 있게 제이슨 본을 응원했다.

새로운 시대의 관객은 맷 데이먼과 같은 생각이었다. 9개 국어를 하고, 맨손으로 적을 간단히 제압하는 최고의 첩보원이지만, 한 여자만을 사랑하고, 살인의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인간적인 남자에게 전 세계 관객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제이슨 본의 탄생 이후 점잔 빼던 제임스 본드도 뛰고 구르는 ‘육체파 돌쇠’로 노선을 바꿨을 만큼, 본의 위력은 거셌다. 1편의 더그 리만 감독 대신 폴 그린그래스 감이 메가폰을 잡은 [본 슈프리머시](04)와 [본 얼티메이텀](07, 사진)을 거치면서 제이슨 본은 기억상실과 복수와 용서의 단계를 밟으며 자랐고, 더불어 맷 데이먼도 최고의 배우로 성장했다. [본 얼티메이텀]이후 “더 이상의 본은 없다”고 말했던 맷 데이먼은 2, 3편을 함께 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가 연출한다는 조건으로 제목 미정의 4편 출연에 도장을 찍었다. 물론 본의 팬이라면 “3일 째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라는 뉴스와 닉키의 미소가 어우러진 [본 얼티메이텀]의 마지막 장면에서 4편을 내심 기대했을 것이다. 4편의 개봉 시기는 2011년.


Kindly Celebrity 친절한 유명인

셀러브리티가 할리우드에서 ‘조용히’ 산다는 건, 클럽에서 명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대중이 내게 궁금해 하는 건 어떤 영화에 출연하느냐 정도”라는 맷 데이먼은 호사가의 입방아에서 자유로운, 몇 안 되는 스타 중 한 명이다. 이런 특징은 ‘유명세’에 대한 그의 가치관 덕분이다. “누군가 유명해지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10분도 안 걸리는 세상이다. 하지만 훌륭한 경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선 일생의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스스로 ‘유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 덕분일까. 제아무리 성격 좋기로 소문난 셀러브리티도 한번쯤은 파파라치와의 충돌로 옐로우 페이퍼 가십란에 제물이 되기 십상이지만 맷 데이먼이 정 반대의 이야기로 가십란에 오른다. 예를 들면 조깅 중에 몰려든 팬에게 일일이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거나, 매일 집 앞을 지키고 있는 파파라치에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는 식이다. “물론 나의 사생활은 중요하다. 침해받길 원하지 않고, 떠벌리길 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파파라치는 내 사생활을 쫓는 게 직업이고, 나와 내 가족이 길에 나와 있을 때 사진 한 장 찍는 것인데 어쩌겠나.” 이미지 관리 자체가 결국 낭비라고 생각한다는 ‘친절한 데이먼 씨’가 할리우드에서 조용히 사는 비결은 “최대한 사람들에게 예의 바르고, 좀 재미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Lovers 연인들

‘점잖은 데이먼 씨’지만 피 끓는 청춘이 연애를 마다할 리 없다. 공식적인 맷 데이먼의 ‘할리우드 연인’ 1호는 [굿 윌 헌팅]에서 똑똑한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영국배우 미니 드라이버. 촬영장에서 사랑에 빠졌던 두 사람은 영화 개봉 이후 관계가 시들해졌고, 1997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한 맷 데이먼이 “우리는 더 이상 연인 관계가 아니고, 최근 다른 여배우들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고 말하면서 공식적으로 ‘깨진 커플’이 됐다. 문제는 맷 데이먼이 미니 드라이버에게 미리 언급하지 않고 방송을 통해 이별을 공식화 한 것. 게다가 시시콜콜 안 좋은 추억을 방송에 공개한 탓에 미니 드라이버의 분노를 산 것이다. 그 뒤 잠시 클레어 데인즈와 데이트를 했던 맷은 1998년 기네스 펠트로우의 소개로 위노나 라이더와 사귀면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엔터테인먼트 잡지 [스타]는 “1999년 크리스마스에 맷 데이먼이 위노나 라이더에게 10만 달러 상당의 약혼반지로 프로포즈했고, 그녀가 받아들여 현재 약혼한 상태”라고 보도하며 2000년 결혼을 점치기도 했지만, 결국 2000년 5월 결별했다. 위노나 라이더 대신 데이먼의 마음을 앗아간 여인은 페넬로페 크루즈. 호사가들은 [올 더 프리티 호시스](00)에서 페넬로페를 만난 맷 데이먼이 일방적으로 위노나 라이더를 찼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페넬로페와의 연애도 잠시, 2002년 벤 애플렉의 비서였던 오데사 위트마이어와 친구를 넘어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뉴욕포스트’는 두 사람의 약혼설을 보도했지만, 맷 데이먼이 이 사실을 부인하면서 연애전선에 이상기류가 흐르더니 조용히 헤어졌다.


Money 출연료

자본의 왕국 할리우드에서 배우의 파워는 곧 출연료로 직결된다. 하지만 한 번 인기를 얻는다고 무조건 올려주는 것도 아니다. 마치 비밀 클럽 회원을 선발하듯 티켓파워, 인지도, 제작사와의 충성도 등 다양한 요건을 고려해 결정된다. 소위 ‘특 A’급 배우들의 몸값은 편당 2천만 달러 수준으로 톰 크루즈나 조니 뎁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에 비교하면 맷 데이먼의 출연료는 지극히 ‘합리적인’ 수준인 1천만 달러. [라운더스](98)에서 60만 달러에 그쳤던 맷 데이먼의 출연료는 1년 뒤 [리플리](99)에서 10배 가깝게 뛰어올라 500만 달러로 인상됐고, [배가 번스의 전설]에서 700만 달러까지 올랐다가, [본 아이덴티티]를 기점으로 1천만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2007년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조사에 의하면 소위 ‘특 A’ 클럽배우를 제치고 맷 데이먼이 ‘제 값을 하는 배우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들의 최근작 3편의 순수익을 기준으로 배우들이 1달러를 받을 때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조사한 결과, 맷 데이먼은 1달러 당 29달러의 수익을 올려 1달러 당 12달러를 벌어들이는 톰 크루즈보다 ‘알짜배기 배우’라고 보도했다.


New Rat pack 뉴 랫팩

맷 데이먼의 평생 절친이 벤 애플릭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2000년 이후 맷은 ‘거성 형님’들과의 회동이 잦아졌다. 60년대 프랭크 시나트라를 중심으로 한 ‘랫팩’을 21세기 버전으로 되살린 [오션스 일레븐](01)에 출연하면서,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와 함께 ‘21세기 랫팩’의 멤버가 된 것이다. 60년대 ‘랫팩’은 화려한 향락을 위해 뭉쳐 다녔다면, 21세기 ‘뉴 랫팩’은 좀 더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모임이다. [오션스] 시리즈로 대박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돈 치들, 맷 데이먼은 제3세계 에이즈 방지 캠페인 ‘ONE’을 후원하고, 수단의 다르푸르 학살문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민간기구 ‘Not On Our Watch’을 창설하는 등 스타파워와 사회운동의 보기 좋은 결합을 선도하고 있다. 자선활동과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은 형님들의 영향을 받아 맷 데이먼은 환경운동과 아프리카 기아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맷 데이먼의 영화적 노선도 ‘뉴 랫팩’의 영향력이 큰 듯하다. 그는 조지 클루니의 감독 데뷔작 [컨페션](02)에 브래드 피트와 함께 단역으로 깜짝 출연했고, 조지 클루니가 제작한 날카로운 정치 스릴러 [시리아나](05)에 거의 무상으로 출연했으며, [오션스] 시리즈의 수장 스티븐 소더버그의 사회고발 블랙코미디 [인포먼트](09)에 출연하는 등 ‘멤버 활동’에 열심이다.


Oscar Winner 오스카 수상자

“세상에, 오스카라니,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 장에서 벤와 맷은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들고 감격에 들떠 차마 이 말 밖에 하지 못했다. 이제 갓 조연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스물일곱 살의 배우 맷 데이먼은 [굿 윌 헌팅] 한 편으로 아카데미 영화제에 각본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꿈같은 경험을 했고, 각본상을 거머쥐며 꿈을 이뤘다. 오스카에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함께 올라, 각본상을 가져간 배우는 맷 데이먼이 유일하다. 맷은 이후 “벤과 나는 유명 배우대신 꼭 우리가 [굿 윌 헌팅]에 출연하자고 약속했다. [체이싱 아미]로 청춘스타가 된 벤이 내게 윌 헌팅 역을 양보한 덕분에 나는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가 될 수 있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보다 벤과 함께 각본상을 받은 것이 더욱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 후 오랫동안 오스카와 소원했던 맷 데이먼은 2010년 [인빅터스]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면서 오랜만에 레드카펫을 밟았다. 비록 남우조연상은 모두의 예상대로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우아한 악당 크리스토프 왈츠에게 돌아갔지만, 맷의 차기작은 많고, 기대작은 더 많으니 실망할 필요 없다. 


Paul Greengrass 폴 그린그래스

“폴의 연출이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따른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에 대한 맷 데이먼의 절대적인 신뢰를 느낄 수 있는 발언이다. 더그 리만 감독의 [본 아이덴티티]가 본의 현실적인 캐릭터에 감각적인 스타일을 입히는데 주력했다면, 폴 그린그래스의 [슈프리머시]와 [얼티메이텀]은 흔들리는 카메라를 통해 본의 고뇌를 화면에 직접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본] 시리즈는 ‘1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징크스를 깨고, 성숙하는 시리즈의 표본으로 각인되었다. 맷 데이먼은 폴의 연출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그저 화려한, 감각적인 액션을 잘 찍는 감독이었다면 [슈프리머시]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폴 그린그래스는 [블러디 선데이]가 그랬던 것처럼, 관객이 본과 함께 긴박한 현장에 함께하면서 본을 이해하길 원했다. 그 생각이 나와 정확히 일치했다.” 폴 그린그래스는 맷 데이먼과 제작진에게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화면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해결책은 폴 그린그래스 특유의 ‘핸드헬드’ 기법이었다. 카메라가 배우와 함께 지붕 위를 달리고, 창문 사이를 뛰어 넘는 과감한 핸드헬드는 [본] 시리즈의 정체성으로 각인되었고, 이후 많은 액션 블록버스터가 그린그래스의 스타일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두 편의 [본] 시리즈 이후 맷 데이먼은 폴 그린그래스와 함께 전쟁 스릴러 [그린 존](10)을 촬영했다. 미국은 세계평화 수호를 명목으로 이라크를 침공하고, 육군 장교 로이(맷 데이먼)은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라는 명령을 받고 바그다드에 급파된다. 하지만 미군 안전지대 ‘그린 존’에 도착한 로이는 이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명령을 받은 군인이 자신의 명령에 대해 회의한다는 점, 정부가 숨겨놓은 진실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그린 존]은 2011년 개봉할 [본] 4편의 번외편으로 읽히기도 한다.  


Quotes 말말말

앞서 말한 것처럼 맷 데이먼은 ‘폭탄 발언’을 일삼는 흥미로운 인터뷰이는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매사에 바른 관점과 정직한 의견을 내놓은 배우도 흔치 않다. 일과 인생에 대한 맷 데이먼의 ‘모범생 답변’을 들어보자.

“[스쿨 타이]는 흥행에 성공했고, 함께 출연했던 브랜든 프레이저와 크리스 오도넬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내겐 아무도 인터뷰를 요청하지 않았다. 아니 전화벨도 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고 비관할 필욘 없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내 연기도 훌륭했다. 그러면 끝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들기 위해 안달한다고 연기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니까.”

“아무리 크게 꿈을 꿔도 [굿 윌 헌팅]은 비디오 영화로 끝날 줄 알았다. 그때 생각을 고쳐먹었다. 꿈은 아무리 크게 꿔도 지나치지 않는다. 내가 그렇다면 당신도 그럴 수 있다.”

“흥행? 중요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내게 들어온 일을 성실히 할 뿐이다. 박스 오피스는 내가 하는 일의 비즈니스 차원이지, 내가 부담감을 느껴야 할 짐이 아니다. 스스로 보고 싶고 찍으면서 행복해 할 영화를 찾아다니는 것이, 내가 안심하고 찍을 수 있는 영화를 찾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Refused Role 사양한 역할

고달팠던 무명시절 맷 데이먼을 스쳐지나간 영화 중 ‘과연 그가 출연했다면 어땠을까?’라는 궁금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꽤 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투 다이 포](95)에서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팜므 파탈에게 홀려 살인을 저지르는 10대 지미 역에 오디션을 봤지만 역할은 아킨 피닉스에게 돌아갔다. 범죄 스릴러 [프라이멀 피어](96)의 주인공 애런 역에 오디션을 봤지만 떨어졌고, 애런 역에 낙점된 에드워드 노튼은 이 영화로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지적인 젊은이 캐릭터가 겹친 탓에 맷 데이먼과 에드워드 노튼은 종종 한 캐릭터를 놓고 오디션 경쟁을 치러야했다. [레인메이커](98)의 신인 변호사 루디 역에 에드워드 노튼이 눈독을 들였지만, 이번 승자는 맷 데이먼. 두 사람은 [라운더스](98)에서 투톱을 맡기도 했다. 반면, 맷 데이먼이 거절했던 역할도 있다. 그가 [퀵 앤 데드](95)에서 거절한 젊은 총잡이 역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돌아갔고, 다른 시나리오를 검토하느라 거절했던 [4브라더스](05)의 주연은 마크 월버그가 맡았다. 히스 레저의 추천으로 [다크 나이트](08)의 ‘투페이스’ 하비 덴트 역을 제안 받았지만 고사했고, 구스 반 산트 감독이 [밀크]의 댄 화이트 역을 제안해 수락했지만 [그린 존]의 촬영 일정과 겹쳐 아쉽게 포기했다고 한다.


Sexist Man Alive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자

“그렇게 생긴 사람은 길바닥에 널렸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맷 데이먼의 외모를 종종 코미디의 소재로 활용할 만큼, 그의 ‘미모’는 평범한 축에 속한다. 하지만 배우의 진짜 매력은 외면이 아닌 연기력이 좌우한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중은 점차 맷 데이먼을 ‘미남’으로 꼽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7년 [피플]지는 맷 데이먼을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자배우’에 선정했고, 다음 해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물 50’에도 이름을 올렸다. [오션스 트웰브]촬영 현장에서 조지 클루니는 “맷 데이먼이 나와 브래드만 피플지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게 샘이 난다고 떼를 쓴다.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데, 배운다고 섹시해질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브래드와 내가 열심히 바보짓을 했고, 그 덕분에 맷이 우리를 제친 것 같다”고 그를 놀려댔다. 멋진 형님들과 함께 있으면 미모도 닮는 걸까.


Talented Mr. Ripley 리플리

세기의 미남 알랭 드롱의 대표작 [태양은 가득히](60)를 안소니 밍겔라 감독이 리메이크 한[리플리](99)의 캐스팅 기사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 관객이 많을 것 같다. 당연히 리플리 역인 줄 알았던 주드 로와 맷 데이먼의 캐스팅이 바뀐 것은 아닐까.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르네 클레망 감독의 원작에 비해 전체적인 흐름이 지루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리플리 역의 맷 데이먼의 연기만큼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환호를 받았다. 로저 에버트는 “맷 데이먼은 섬세하고 지적인 청년이 악에 물들어가는 다층적인 과정을 훌륭히 그려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맷 데이먼이 직접 부른 ‘My Funny Valentine’이 화제가 됐는데, 그는 대역을 쓰지 않으려고 직접 피아노와 보컬을 배울 정도로 열성을 다했다. 안소니 밍겔라 감독은 맷 데이먼에 대해 “그는 현장에서 보면 무서울 정도로 성실하다. 마치 몸 따윈 부서져도 상관없다는 듯 돌진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Unique Name Movies 특별한 이름 영화들

맷 데이먼의 필모그래피에서 특이한 점을 찾으라면, 그가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을 내건 영화가 즐비하다는 점이다. 대표작 [굿 윌 헌팅]을 비롯해 [라이언 일병 구하기](98), [리플리](99), [게리](02), 애니메이션 [스피릿](02), [그림 형제](05)와 2011년 개봉할 4편까지 포함한 [본]시리즈를 통틀어 10편에 이른다. 사소한 특징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맷 데이먼이 영화를 선택하는 특징적 기준이 보인다. 그는 한 인간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는 것, 매번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 속으로 스며들 듯 소리 없는 변신을 계속해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그가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을 제목으로 쓸 만큼 신뢰감 있는 배우라는 말도 된다. 맷 데이먼을 [굿 윌 헌팅] 현장에서 보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캐스팅 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말을 들어보자. “라이언 일병은 누가 봐도 반드시 이 지옥 같은 전장에서 살려내고 싶은 남자여야 했다. 내 동생 같고, 내 아들 같은, 평범하고도 선한 젊은이. 맷은 관객 누구라도 반드시 살아주길 기도할 것 같은 이미지였다. 그리고 그는 내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똑똑한 배우였다.”


Voice acting 목소리 연기

맷 데이먼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편지를 읽는 목소리는 영화의 결론을 함축한다. 이 인상적인 목소리 연기 이후 맷 데이먼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목소리 연기에 도전했다. 20세기 폭스의 애니메이션 [타이탄 A.E](00)의 젊은 병사 카일을 시작으로 드림웍스의 동물 애니메이션 [스피릿](02)에서 야생마 스피릿의 회상 내레이션을 맡아 “맷의 목소리는 우아하고 강인하다”는 호평을 얻었다. 한편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마제스틱](01)에서는 짐 캐리가 연기한 피터 역을 제안 받았지만, 마지막 루크의 편지를 읽는 목소리로 카메오 출연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맷 데이먼은 사라지는 삼림지역에 대한 다큐멘터리 [녹지의 바다](03)에서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다. 2008년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08)의 영어 더빙판에서 쇼스케의 아빠 코이치 목소리를 연기했다. 목소리 연기 차기작은 2011년 개봉예정인 3D 애니메이션 [해피 피트 2]. 휴 잭맨과 니콜 키드먼이 빠진 자리에 맷 데이먼과 브래드 피트가 새로운 캐릭터로 참여해, 전편의 주인공 엘리아 우드, 로빈 윌리엄스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Wife 아내

미니 드라이버와 클레어 데인즈와 위노나 라이더와 페넬로페 크루즈보다 더 매력적인 여인은 과연 누구일까? 맷 데이먼이라면 큰 소리로 ‘루치아나 바로소’이라고 외칠 듯하다. 쟁쟁한 여배우들을 제치고 맷 데이먼의 사랑을 독차지 한 최후의 승자, 즉 그의 부인이다. [붙어야 산다](03)의 마이애미 촬영장에서 만난 연상의 바텐더 루치아나에게 반한 맷 데이먼은 2005년 12월9일 뉴욕 시청에서 그녀와 소박한 비밀 결혼식을 마치고 ‘품절남’ 대열에 합류했다. 매해 ‘최고의 신랑감’ 순위에서 상위권을 달리던 맷 데이먼과 두 딸이 있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싱글맘 바텐더의 결혼은 새로운 ‘할리우드 판 신데렐라 스토리’로 회자되었다. 세간의 입방아야 어떻든 맷 데이먼은 루치아나와 결혼 이후 “아내와 세 딸과 함께 진심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자랑하기 바쁘다. 맷 데이먼의 영화 시사회에는 아내와 장모를 포함한 온 가족이 총출동해 가족애를 과시하고, 2006년 얻은 딸 이사벨라를 키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인터뷰마다 이야기한다. 3월7일(미국시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그들은 예의 잉꼬부부의 자태를 확인시켰다. 루치아나 바로소는 혹시 전생에 지구를 구한 게 아닐까?!


(e)Xtreme Makeover 과격한 변신

맷 데이먼은 ‘죽기 살기로’ 영화에 뛰어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배우다. [커리지 언더 파이어]에서 아편중독자 군인 역을 위해 3개월 동안 20킬로그램의 몸무게를 줄였고, 급격한 체중감량 때문에 한동안 내분비장애를 겪었다. [배가 본즈의 전설]을 촬영할 때는 골프 연습을 과하게 한 탓에 갈비뼈에 금이 갔고, [리플리]를 연기할 때도 민감한 캐릭터를 위해 몸무게를 15킬로그램 감량했다. 직접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기 위해 촬영 6개월 전부터 레슨을 받은 건 노력 축에도 못 낀다. 카메오 연기를 위해 당연하다는 듯 삭발을 하고, [그림 형제]에선 매일 12시간의 특수분장을 묵묵히 견뎠다. [인포먼트]에선 소심한 내부고발자 역을 위해 다시 15킬로그램 몸무게를 불렸고, [인빅터스]를 위해 그 살들을 모두 근육으로 만들었다. [본]시리즈 촬영이 시작하기 6개월 전부터 근육을 만들기 시작하고, 벗는 장면이 없어도 ‘식스팩’을 장착해야 직성이 풀리는 배우다. 하지만 맷은 이런 노력에 대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만큼 버는데 이 정도 노동은 당연하다”는 것이 성실한 데이먼 씨의 전언이다. 


Yield with Master 거장들과의 수확

“[굿 윌 헌팅]의 현장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훌륭한 감독과의 작업은 반드시 선물을 남긴다는 것이다.” 이 말을 실천이라도 하듯, 맷 데이먼은 존경하는 감독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갔다. 비록 그 배역이 조니 뎁과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등을 거치고 남은 것이라 해도 상관하지 않았다. 거장 감독과의 작업이라면 출연료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의 전화에 나는 무조건 예스 맨이었다.” 똑똑한 배우의 현명한 판단이었다. 맷 데이먼의 감독 콜렉션은 쟁쟁하다. [굿 윌 헌팅] [게리]의 구스 반 산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스티븐 스필버그, [리플리]의 안소니 밍겔라, [오션스] 시리즈와 [디파티드]의 마틴 스콜세지, [인빅터스]와 차기작 [히어애프터]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거장 그룹의 목록이다. 존경하는 선배 배우이자 감독인 [굿 셰퍼드](06)의 로버트 드니로, [배가 번스의 전설]의 로버트 레드포드, [올 더 프리티 호시스]의 빌리 밥 손튼은 존경하는 선배 배우 감독 군에 속한다. 그리고 맷이 사랑해 마지않는 [본] 시리즈의 폴 그린그래스, [인포먼스]의 스티븐 소더버그, [컨페션]의 조지 클루니, [도그마]의 캐빈 스미스, [붙어야 산다]의 패럴리 형제는 절친 그룹이다. 차기작에선 코엔 형제와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작업을 예약해 놓았다. “훌륭한 감독, 배우와 함께 작업하고 나면 나는 분명히 조금 더 나은 배우가 되어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반드시 수확이 있다.” 거장들과의 작업을 통해 맷 데이먼은 더욱 큰 결실을 얻어가는 중이다.  


Zestful Challenge 열정적인 도전

“나는 사람들이 왜 나를 좋아하는지 모르고, 그 비법을 알려준다고 해도 알고 싶지 않다. 내가 죽은 뒤에도 나에 대해 알려고 하기 보다는 내 영화들을 보러 가면 좋겠다.” 맷 데이먼은 개인의 명성으로 기억되기 보다는 출연한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은 배우다. 그러기에 앞서 길게 밝힌 ‘맷 데이먼의 A to Z’를 통해 그를 ‘안다’는 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를 불러주는 영화가 있는 한 끊임없이 영화를 찍을 것”이라는 맷 데이먼을 알고 싶다면, 그의 영화를 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일 듯. 행복하게도 ‘맷 데이먼’을 보여 줄 수많은 차기작이 관객 앞에 길게 늘어서 있다. 2010년 개봉 예정작으로는 버스 사고를 목격한 여성이 사고의 여파에 휘말리는 드라마 [마가렛](사진), SF 거장 필립 K. 딕의 단편을 스크린에 옮긴 SF 로맨스 [어드저스트먼트 뷰로], [인빅터스]에서 환상 호흡을 자랑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초자연 스릴러 [히어애프터], 고대하던 코엔 형제와 함께 작업한 웨스턴 스릴러 [트루 그리트]가 있다. 2011년에는 3D 애니메이션 [해피 피트 2]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케이트 윈슬렛과 주드 로가 합류한 액션 스릴러 [컨테이전], 제목 미정의 [본] 시리즈 4편이 기다리고 있다. 그 밖에 오랜만에 단짝 벤 애플렉과 함께하는 제목 미정의 영화와 게이 피아니스트 리버라치의 실화를 그린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차기작에 마이클 더글라스와 함께 출연해 동성애 연기에 도전할 예정. 2012년에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범죄 스릴러 [네스]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동생이자 유력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로버트 F. 케네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게리 로스 감독의 [히즈 라이프]에서 로버트 케네디를 연기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98년대 ‘범생이 청춘스타’의 쌍벽을 이뤘던 에드워드 노튼과 맷 데이먼이 도박사를 연기한 [라운더스]의 속편이 관심을 모은다. ‘헐크와 제이슨 본의 만남’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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