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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polio/cynicaly

올 어바웃 '섹스 앤 더 시티' All About Sex and the City

죽여주는 언니들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섹스 앤 더 시티] A to Z


언니들이 돌아왔다. 2년 전 [섹스 앤 더 시티: 더 무비]로 스크린을 ‘블링블링’하게 달궜던 뉴요커 4인방이 속편 <섹스 앤 더 시티 2>(개봉 6월10일)로 다시 한 번 시끌벅적한 파티를 인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언니들이 ‘조금’ 늙은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전편의 극장 문을 나서면서부터 속편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SATC(Sax And The City의 약자)’ 팬들은 캐리, 미란다, 샬롯, 사만다의 늘어난 주름쯤은 오히려 “같이 늙는 처지”의 공감대를 굳건히 할 뿐, 흠이 되지 못한다. 여자의 ‘사망신고’라는 50줄을 목전에 두고서도 여전히 화끈하고 더욱 패셔너블해진 언니들의 귀환을 맞아, <섹스 앤 더 시티> A to Z을 준비했다.
Fabulous, Forever!

(* 이 글에는 [섹스 앤 더 시티 2]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Aidan Shaw 에이단 쇼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시리즈에 등장했던 수많은 남자 캐릭터 중에서, 전 세계적으로 안티가 한 명도 없는 남자 캐릭터는? 이 질문에 0.1초도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바로 모든 여성의 이상형 ‘에이단’! 변덕이 죽 끓는 캐리가 “나 도저히 안 되겠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중얼거리며 에이단과 헤어질 때, SATC 팬들은 일제히 “캐리는 미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즌 6에서 캐리가 유부남이 되어 귀여운 아들을 안고 있는 에이단과 마주치는 ‘에이단과 감자보이’ 에피소드는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슴 미어지는 순간 best 5'안에 손꼽힐 정도다. 과장을 조금 보태 ‘모든 여자들의 바로 그 남자(The Right Man)’가 [섹스 앤 더 시티 2]에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예고편을 통해 이미 품절남녀가 된 두 사람이 이국의 풍광 속에서 재회하는 모습이 공개된 것이다. 10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 결혼식장에서 바람맞는 충격적 해프닝을 겪고도, 끝내 부부가 된 캐리와 빅이 단 2년 만에 파경을 맞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에이단의 귀환은 무엇을 의미할까? 시리즈의 팬이라면 예상 가능하듯, 늘 양 손에 남자를 쥐고 저울질하는 게 취미생활인 캐리의 ‘삽질’이 펼쳐진다는 것. 에이단은 시즌 6의 첫 에피소드처럼, 가슴 미어지는 순간을 선사할 것인가. 미리 귀띔하자면, ‘글쎄올시다’. 아마도 캐리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에이단을 희생양으로 삼은 모양인데, 에이단 팬들의 극렬한 원성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


‘바로 그 남자’ 에이단 쇼를 연기한 존 코벳은 인기 TV 드라마 [캐빈은 열두 살]로 데뷔한 이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동하다가 [SATC시즌 3]에 출연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처음엔 캐리를 스쳐가는 수많은 남자캐릭터 중 하나였으나, 그의 듬직하고 다정하고 사려 깊은 모습에 반한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미스터 빅’을 위협하는 맞수로 전격 업그레이드 됐다. [SATC] 시리즈로 여성팬들에게 확실히 얼굴도장을 찍은 그는 ‘문화충돌 로맨틱 코미디’ [나의 그리스식 웨딩](02)에서 그리스 연인과 결혼하기 위해, 왁자지껄한 그리스 문화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겁 없는 청년 ‘이안’을 연기했다. 최근 [헤이트 발렌타인](10)에선 [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대박연인 니아 발다로스와 다시 동반출연했으나, 전작만큼 큰 시너지를 내진 못했다.

 

Box Office 흥행성적

2004년 SATC가 시즌 6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부터, 극장판에 대한 소문이 들려왔다. 시즌 7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제작자 마이클 패트릭 킹은 “모든 캐릭터가 40대가 된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무리”라며 더 이상의 드라마 SATC는 없다고 공식발표했다. 그리고 4년 만에 [섹스 앤 더 시티: 더 무비](08)가 완성됐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리즈가 시작된 지 10년,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여자들을 만나기 위해 과연 ‘과거의 안방팬’들이 지갑을 열고 극장을 찾아올까? 기우였다. 시리즈를 향한 관객의 우정은 네 주인공의 그것만큼이나 끈끈했다. 6천5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패션 블록버스터’ [섹스 앤 더 시티: 더 무비]는 전 세계적으로 4억1천5백만 달러(미국 내 1억5천2백만 달러 포함)의 흥행성적을 나타내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전편의 흥행에 고무 받은 제작진은 [섹스 앤 더 시티 2]에 1억 달러의 제작비를 쏟아 부으며 ‘더 크게, 더 세게, 더 화려하게’의 속편 공식을 수행했다. 그렇다면 결과는? 캐리가 이 결과를 봤다면, 고개를 갸우뚱하며 입술을 쭉 내밀었을 듯.

5월30일 미국에서 야심차게 포문을 열었건만, 개봉 2주차 [슈렉 포에버]에 밀려 2위로 박스오피스 진입, 개봉 첫 주 4일간 흥행 성적이 4천5백만 달러에 그쳤다. 개봉 첫 주 위풍당당하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3일간 5천7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던 1편에 비하면 다소 미약한 반응. 제작비를 2배 가까이 올린 걸 생각하면, 더 아쉬운 성적이다. 박스오피스 모조의 집계에 따르면, 2주차엔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했고,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러시아 등 유럽 개봉을 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1억6천2백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리고 있다. 10일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개봉이 시작되면 2억 달러 돌파는 시간문제일 듯하다. 그렇다면 동생이 언니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까? 아직 미지수다. 복병은 중동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섹스 앤 더 시티 2]는 중동의 여성차별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영화의 배경인 아부다비를 비롯한 중동국가에서 상영이 금지된 것. 중동 관객의 빈자리를 북미와 아시아, 유럽 관객이 메워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City 다섯 번째 주인공, 도시

얼간이 데이트상대들에 질려하면서도 “외롭다”고 칭얼대던 캐리는 어느 날 깨닫는다. 자신에겐 20년간 묵묵히 자신을 감싸 준 ‘뉴욕’이라는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제목에서처럼, 도시 즉 뉴욕은 SATC의 다섯 번째 주인공이자, 만인의 연인이다. 시즌 6에서 캐리는 예술가 연인을 따라 파리로 거주지를 옮기지만, 개똥과 청승맞은 샹송과 킬힐을 거부하는 돌길과 외로움의 도시 파리를 참아내지 못한다. 우연히 재회한 빅에게 “제발 나를 뉴욕으로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는 캐리는 진심으로 절실하다. 제 아무리 ‘낭만의 도시’ 파리라지만, ‘SATC의 뉴욕 편애’에는 상대가 안 되는 것. TV 시리즈와 1편에서 ‘도시는 곧 뉴욕’이었지만, 2편에선 “새로운 중동”이라는 아부다비로 도시의 범위를 넓혔다.


이제는 사만다의 PR 고객이자 ‘옛 애인’이 된 스미스 제로드(제이슨 루이스)가 중동 배경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제작자인 중동 호텔 부호가 사만다에게 호텔 홍보를 위한 투어를 제안한 것. 사만다가 일상에 지친 친구들을 위해 ‘최고급 아부다비 공짜 투어’를 계획하면서, 언니들은 작렬하는 태양과 모래사막의 도시로 훌쩍 떠난다. 영화의 배경은 ‘아부다비’지만, 실제 촬영은 모로코의 마라케시와 사하라 사막에서 진행됐다. 아라비안의 궁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호텔은 아틀라스 산맥이 한 눈에 들여다보이는 만다린 오리엔탈 마라케시 호텔이다. 개장 직전에 촬영을 진행해 SATC 제작진과 배우가 공식적인 첫 손님으로 기록됐다고 한다. 네 주인공이 ‘사막의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낙타를 타고 사막을 이동하는 장면은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등장하는 사막 언덕에서 촬영했다. 캐리와 에이단이 운명적 재회를 하는 전통시장은 모로코 전통시장으로, 300명의 엑스트라와 실제 행인 300명이 북적대는 가운에 촬영이 진행됐다.



Director 마이클 패트릭 킹

“[SATC]는 누구나 생각하지만 아무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그러나 누군가는 꼭 해야 할 말을 과감하게 이야기했다.” ‘SATC의 아버지’ 마이클 패트릭 킹이 TV 시리즈를 정리하며 했던 말은 영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편에서 캐리의 결혼을 통해 싱글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이유를 고민하고, 동시에 관습의 틀에서 벗어나려하는 사만다의 자유로운 영혼을 응원했던 영화는 2편에선 폐경과 워킹맘과 권태기와 불륜의 불장난에 대해 이야기한다. TV 시리즈 뿐 아니라 영화 시리즈에서도 감독과 각본, 제작을 맡고 있는 마이클 패트릭 킹은 2편에 대해 “언제나 공감할 수 있는 여성의 이야기, 동시에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라며 “여성의 이야기는 무한하다. 젊음이 흘러가도 이야기는 여전히 많다. 다른 영화가 하지 못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당당하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SATC] 시리즈 이외에도 [윌&그레이스] [머피 브라운]의 각본과 제작을 맡아 히트시리즈로 키워낸 ‘시트콤계의 마이더스 손’이다. 역시 최고작은 [SATC]로, 이 시리즈를 통해 전미 작가조합상, 전미 감독조합상, 전미 제작자조합상, 골든글로브, 에미상을 휩쓴 기록을 세웠다. 방송 경력을 시작하기 전에 뉴욕극단에서 각본을 썼고, 코미디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Existent Life 현실의 삶

최근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정킷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는 “13년 간 캐리라는 또 하나의 인생을 살았던 게 사실이다. 세계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나를 ‘캐리’라 부른다. 내 인생과 캐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라며 캐릭터와 일체감을 설명했다. 사라 제시카 파커, 킴 캐트럴, 크리스틴 데이비스, 신시아 닉슨이라는 본명보다, 캐리 브래드쇼, 사만다 존스, 샬롯 요크, 미란다 홉스가 더 본명처럼 익숙한 그들의 현실의 삶은 어떨까.


가장 파격적인 현실의 주인공은 미란다 역의 신시아 닉슨이다. 미란다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머리’는 실은 캐릭터 성격에 맞게 염색한 것으로, 닉슨의 실제 머리는 금발이다. 극 중의 미란다는 바텐더 출신의 다정한 남편 스티브와 엄마를 꼭 닮은 빨간 머리의 브래디의 엄마지만, 현실의 신시아는 동성연인과 약혼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09년 5월 AP통신은 “신시아 닉슨이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사랑과 평화, 평등한 결혼을 위한 집회’에서 약혼반지를 보여주며, 6년간 사귄 여자친구 크리스틴 마리노니와 약혼했음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그녀는 사진작가 대니 모저와 15년 간 함께 살면서 두 아들을 낳았지만, 뒤늦게 성정체성을 깨닫고 2003년 결별했다.


보수적이고 가정적인 샬롯 역의 크리스틴 데이비스는 1965년 생으로, 러트거스대학에서 예술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친구와 함께 뉴욕에 요가학원을 차렸던 그녀는 1995년 인기 소프드라마 [Melrose Place]에서 ‘브루크 암스트롱 캠벨’ 역으로 합류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1년 만에 하차했는데, 이유는 “캠벨 같은 나쁜X을 보고 싶지 않다”는 시청자 의견이 쏟아졌기 때문이라고. 순둥이 샬롯이 [아내의 유혹] 신애리 뺨치는 ‘Bitch’ 캐릭터였다니, 신선한 반전이다.


호르몬 알약과 보톡스로 노화와 정면승부를 벌이는 당당한 맏언니 사만다 역의 킴 캐트럴은 1956년 생으로, 영국의 리버풀 출신이다.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로 이주했던 그녀는 11살에 다시 고향 영국으로 돌아가 런던아카데미 뮤직 앤 드라마틱 아트(London Academy of Music and Dramatic Art)에 입학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16살에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한 그녀는 뉴욕의 American Academy of Dramatic Arts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졸업 마지막 학기에 오토 프레밍거 감독에게 연기력을 인정받아 [로즈버드](75)에 출연한 ‘수재 배우’라는 사실! 킴의 지적인 연기를 보고 싶은 관객은 6월2일 개봉한 [유령작가](사진)를 보면 된다. 킴은 이 영화에서 아담 랭 수상의 냉철한 비서 아멜리아를 통해 전혀 다른 얼굴을 선보인다. 킴과 사만다의 공통점은 ‘섹스’를 사랑한다는 것 정도? 킴은 세 번째 남편 마크 레빈슨과 함께 행복한 부부를 위한 성생활 가이드북 [만족]을 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크 레빈과도 2004년 이혼한 걸보면, 가이드북이 큰 도움을 못 준 것 같다.


마지막으로 SATC 팬들의 ‘애증의 주인공’ 캐리 역의 사라 제시카 파커. 아마 극중 캐릭터와 가장 비슷한 인물을 꼽으라면 파커가 아닐까. 1965년 생인 사라 제시카 파커는 브로드웨이에서 먼저 배우경력을 시작했고, TV 시트콤 [Square Pegs]의 명랑한 여고생 역으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알렸다. 주로 밝고 코믹한 이미지의 역할을 맡던 그녀는 [SATC]에 출연하면서 인생 최고의 캐릭터를 얻었다. 연애에 상처입고, 구두와 백, 든든한 세 친구에게 위로받으며 뉴욕을 누비는 칼럼니스트 캐리는 사라 제시카 파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녀는 2000년부터 시리즈의 제작자로 이름을 올릴 만큼 부유해졌고, 실제로도 명품 브랜드의 시즌 트랜드를 좌우하는 패션 리더가 됐다. 연애사도 얼추 비슷하다. 존 F. 케네디 주니어와 짧은 연애를 했고, 1984년부터 1991년까지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인으로한 집에 살았다. 이 당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약물 문제로 고통 받던 시절로, 재활을 헌신적으로 돕던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이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어진 이후에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사라가 없었다면 나는 약물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사라의 또 다른 연인 싱어송라이터 조슈아 카디슨은 그녀와 이별하면서 실연의 아픔을 담은 ‘Jessie’ 발표하기도 했다고. 복잡다단한 연애사를 거쳐 만난 사라 제시카 파커의 ‘미스터 빅’은 배우 매튜 브로데릭이다. 우리에겐 [형사 가제트]로 익숙하지만,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재능을 인정받는 뛰어난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와 매튜 브로데릭은 1997년 5월19일 결혼해, 3자녀를 둔 할리우드의 대표 잉꼬부부다.


Fashion 2편의 패션코드

‘패션 블록버스터’ [섹스 앤 더 시티 2]를 향한 관심의 절반 정도는 그녀들의 패션에 꽂혀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편에서도 어김없이 패션은 화려하다. 시리즈와 영화의 의상감독인 패트리샤 필드의 설명에 따르면 “온갖 브랜드에서 영화에 사용하길 바란다며 보내온 의상과 소품이 백화점 하나를 차리고 남을” 분량이었다고 한다. 이번 영화를 ‘뉴욕 편’과 ‘아부다비 편’으로 구분했을 때, 매력적인 건 단연 ‘뉴욕 편’에 등장하는 패션이다. “나이에 맞는 옷 따윈 없다”고 주장하는 사만다를 제외한 캐리, 샬롯, 미란다는 의상을 통해 전편에 비해 더욱 성숙하고 얌전한 ‘중년’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물론 패션으로 캐릭터의 성격을 규정짓는 솜씨도 여전하다. 미스터 빅과의 결혼으로 삶의 안정기에 접어든 캐리는 심플하고 편안한 화이트 드레스차림으로 등장한다. 캐리의 특기 ‘믹스 매치’도 예전에 비해 한층 유연해졌다. 과거엔 극과 극의 아이템을 맞붙이는 재미가 있었다면, 이번엔 포인트를 주는 정도. 스탠포드와 안소니의 결혼식에서 선보인 여성용 턱시도, 아부다비에서 에이단과 재회하는 전통시장에서 입었던 ‘크게 부풀린 롱스커트와 심플한 블랙 티셔츠, 중동의 느낌을 살린 볼레로’의 조합이 40대 캐리의 믹스 매치 스타일이다. 프릴로 허릿단을 장식한 귀엽고 우아한 핑크색 디올 투피스를 입고 등장하는 샬롯은 귀족적 파크 에비뉴 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준다. 샬롯이 들으면 기겁하겠지만, 패션 센스만은 과거의 시어머니이자 ‘샤넬 빠순이’ 맥두걸 여사와 통하는 데가 많다. 이번 영화에서 역대 최고의 패션 감각을 선보이는 건 미란다. 등장부터 산뜻하다. 골드 컬러와 기하학적 네크라인이 인상적인 루즈한 원피스에 빅벨트로 포인트를 준 미란다는 종종 캐리보다 잘 입는다는 느낌을 줄 정도. 마지막으로 언제나 한결같은 사만다 언니의 ‘슈퍼 울트라 섹시’ 패션도 여전하다. 상체를 거의 드러낸 블랙 미니 원피스로 한껏 멋을 낸 사만다가 캐리에게 걸어올 때, 관객들은 사만다의 의상 소화력에 감탄을 보낸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그런 의상이 소화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아부다비의 패션은 여성의 노출을 금지하는 중동문화를 반영하려는 듯, 화려한 프린트와 스카프, 케이프로 포인트를 준 ‘세헤라자데’ 패션이 주를 이룬다. 롱스커트를 입어도 깊은 트림을 주어 섹시함을 잃지 않지 않도록 했다. 물론 아부다비에서도 사만다는 최대한 ‘벗고자’애를 쓴다. 그녀는 이 섹시 지상주의 패션 때문에 황당한 해프닝을 겪기도 한다.



Girl’s Now 그녀들의 현재

2편의 배경은 ‘결혼식 대소동’이 벌어졌던 1편에서 2년이 흐른 시점이다. 캐리와 빅은 호화찬란한 펜트하우스에서 내려와 같은 아파트 1층의 소담한 보금자리에서 결혼 2주년을 맞았다.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는 그들은 “격렬한 섹스와 시끄럽게 우는 아이”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자신들의 결혼생활이 과연 옳은지 조금씩 의문이 든다. 사만다는 스미스와 이별하고 친구들이 있는 뉴욕으로 돌아왔다. 스미스와도 친구이자 고객이자 섹스 파트너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의 고민은 바로 호르몬. 폐경기에 접어든 그녀는 자연추출 호르몬 약을 하루에 40알씩 삼키며 노화와 싸우고 있다. 꿈에 그리던 아기를 낳은 샬롯이지만, 현실은 생각했던 것처럼 행복하지 않다. 하루 24시간을 빽빽 울어대는 둘째 딸 때문에 혼이 나갈 지경이지만, 완벽주의자인 그녀는 누구에게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버틴다. 마지막으로 미란다는 그녀를 무시하는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란다가 입도 뻥긋 못하게 하는 상사의 횡포에 욱하는 마음으로 사표를 집어 던졌지만, 쭉 놀게 될까봐 덜컥 겁이 난다.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그녀들의 고민은 보편적이고 익숙해서 큰 공감을 이끌어낸다.



HBO Legend Hit- HBO 전설의 시리즈

1998년 SATC 시즌 1이 방송됐을 때, HBO는 반신반의 했다. 과연 성감대에 대해 수다를 떠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누가 좋아할 것인가. 하지만 총제작과 연출, 각본을 담당했던 마이클 패트릭 킹은 확신했다. 칼럼니스트, 변호사, PR 매니저, 큐레이터라는 근사한 직업을 가진 뉴욕 싱글 4인방은 미국의 여성 뿐 아니라 전 세계 여성의 ‘롤모델’이자 ‘워너비’가 될 것임을. 여성 시청자들의 민감한 더듬이는 이 시리즈가 곧 세계적인 ‘연애 바이블’로 거듭날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일련의 에피소드는 그간 하찮게 취급돼 온 여성들의 일상, 은밀하게 쉬쉬했던 그녀들의 성을 세상 밖으로 드러냈다. “왕자님과 공주님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와 함께 고작 ‘키스’로 사랑을 확인하는 동화 수준의 로맨틱 코미디가 내심 우스웠던 여성들은 즉각적인 열광을 보냈다. 여성시청자들의 공감대와 대리만족과 판타지 그리고 현실을 품은 네 명의 ‘언니들’은 나와 내 친구 그 자체였던 것. [SATC]는 동시에 ‘패션 & 라이프 바이블’이기도 했다. 친구들을 만나 우아한 브런치를 즐기고, 외출할 땐 필수품인 스타벅스 커피와 컵케이크와 패션 잡지 [코스모폴리탄]을 챙기고, 지미 추,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숭배하는 주인공 캐리는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가 되기에 충분했다. <SATC>는 ‘시즌 6’까지 이어지는 동안 에미상 후보에 50번, 골든글로브 후보에 24번 올랐고, 각 시상식에서 7개와 8개의 트로피를 가져가면서 HBO의 전설이 되었다.



Issue 인종주의적 쟁점

앞서 잠깐 밝힌 것처럼 2편은 영화의 배경인 아랍 에미레이트 아부다비 뿐 아니라 중동 여러 국가에서 상영이 금지되었다. 상영 금지국들은 이 영화가 중동의 문화를 폄훼하고, 중동 여성들에 대한 심각한 왜곡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코미디의 소재로 가공했다고는 하지만만 몇몇 신에서는 중동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며,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상대적인 시각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호텔의 수행원 에피소드는 이해와 동정을 헷갈리는 오만한 태도와 훈훈한 결론을 위해 성급히 화합을 논하는 게으른 엔딩이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감독이자 제작자이며 작가인 마이클 패트릭 킹은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영화는 스포츠카 대신 마놀로 블라닉에 올라탄 007의 여성 버전”이라는 말로 정치적인 의도에서 자유로운 엔터테인먼트 영화임을 강조했다.



Jewelery 입이 떡 벌어지는 보석

도난 혹은 훼손을 이유로 이미테이션을 사용했던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입이 떡 벌어지는 고가의 보석이 액세서리로 활용됐다. 우선 오프닝에서 캐리가 목에 걸고 나오는 목걸이(사진)는 ‘솔란지 에즈리거 파트리지’의 제품으로 198,200달러 즉 우리 돈으로는 2억 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보석이다. 매 의상에 맞게 액세서리를 바꾸는 캐리가 유독 목에서 풀어놓지 않던 네잎 클로버 목걸이는 주얼리 브랜드 ‘차한’의 메인 디자이너 차한 미나시안이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2만 달러(한화 2천4백만원)이 넘는 고가의 보석이다. 또한 수백만 달러가 넘는 레프 다이아몬드와 스왈롭스키의 크리스탈이 영화를 더욱 반짝이게 만든다. 캐리의 ‘보석’ 구두들도 화려함을 업그레이드했다. 캐리의 ‘페이버릿’ 마놀로 블라닉은 기본이고 브라이언 앳우드, 크리스찬 루부탱, 입셍 로랑, 빅터 & 롤프, 르네 카오빌라 등 명품 구두브랜드가 총출동했다. 1편에서 캐리가 미스터 빅에게 청혼 다이아몬드 반지 대신 받은 푸른 색 마놀로 블라닉 펌프스는 캐리가 아부다비행 여행가방을 꾸리는 장면에서 왼쪽 어깨위 신발장에 곱게 자리하고 있다. 2편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남성관객들은 의외의 보석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전 세계에 2천600대 밖에 없다는 다임러 AG 마이마흐 62s. 네 주인공이 아부다비의 공항에서 호텔과 시내를 오갈 때 사용하는 차량으로 기술자들이 모든 부품을 손으로 만들고 직접 디자인하는 이 차는 ‘수공예술품’으로도 불린다. 마이바흐는 흰색 차를 만들지 않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흰색이 필요했던 제작진은 검은 차를 LA에서 흰 색으로 비닐 랩핑해서 전용 화물기를 통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로 옮기고, 다시 촬영지인 마라케시로 옮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Kiss Kiss Kiss! 잊지 못할 키스

2편에서 캐리는 부적절하지만, 잊을 수 없는 키스를 경험한다. 뉴욕으로부터 수만 마일 떨어진 이국의 땅에서 캐리는 옛 연인 에이단을 만난다.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필연적인 시간과 장소. 미스터 빅과의 결혼생활에 조금씩 권태기를 느끼고 있던 캐리는 에이단의 등장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만약 이것이 어떤 ‘계시’일지도 모른다는 최면. 캐리는 말리는 친구들을 위로하고 에이단과의 저녁 약속 장소에 나가고, 결국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키스를 하고 만다. 이 키스는 캐리의 머릿속을 아주 명쾌하게 만든다. 지금 캐리의 옆에 있는 평생의 동반자는 ‘존 프레스턴’이며, 이젠 ‘캐리 브래드쇼’의 삶과 다른 ‘미세스 캐리 프레스턴’의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는 사만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키스사실을 빅에게 알린 캐리. 한 번 매몰차게 떠난 적 있는 빅이라면, 다시 떠나는 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과연 그녀의 결혼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2편은 결혼의 가장 큰 적인 ‘불륜’에 대한 고민을 들려준다.



Luxury Brand 럭셔리 브랜드

2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는 캐리가 오프닝에 입고 나온 흰 원피스를 필두로한 ‘할스톤 헤리티지’다. 아메리칸 심플을 지향하는 이 브랜드에는 사라 제시카 파커가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로 활동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너무 노골적인 PPL이 아니냐”는 비판도 들려오고 있다. 그 밖에 이번 영화에 ‘출연한’ 럭셔리 브랜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크리스찬 디올, 에르메스,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 보테가 베네타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럭셔리 브랜드는 기본,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 장 폴 고티에, 오스카 드 라 렌타, 알렉산더 왕, 죠안나 마스트로이안니, 로베르토 까발리, 발렌티노, 지안프랑코 페레, 롤랑 뮤레 등 오트쿠튀르 풍의 디자이너 브랜드도 대거 참여했다. 캐리가 2편에서 입은 의상은 모두 45벌로, 전편의 120벌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지만, 비용으로만 치면 전편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



Mr. Big 미스터 빅

빅을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캐리는 마음을 졸였을 것이다. 깐깐한 그녀를 한 눈에 녹다운시킨, 인생 경험 많은 매력적인 중년 남자가 영원히 ‘캐리의 남자’가 되어 줄 것인가. 캐리는 불안했겠지만,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미스터 빅은 캐리의 천생연분이니까. 이별의 인사도 없이 휑하니 떠났다가 언제 떠났느냐는 듯 돌아오고, 어린 금발 미녀와 결혼했다가 알코올중독자 폐인이 되어 도움을 청하고, 부인 몰래 캐리와 바람을 피우다 들키고, 이혼 뒤 사사건건 캐리를 귀찮게 하는 찌질한 뒤끝까지! 하지만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미스터 빅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리가 그를 필요로 할 때, 텔레파시라도 수신한 듯 그녀 앞에 떡하니 나타난다는 것이다. 필요할 때 함께 있어주는 남자, SATC 시리즈의 알파와 오메가를 장식한 유일한 남자 미스터 빅은 극장판 1편에서 드디어 캐리와 결혼에 골인한다. 2편의 빅은 여전히 멋있다가도, 종종 깜짝 놀랄 만큼 ‘아저씨’ 본색을 드러낸다. 집으로 오는 길에 포장 스시를 사오고, 일단 집에 들어오면 소파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결정타는 결혼 2주년 선물이다. 빅에게 그가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롤렉스 빈티지 에디션을 선물한 캐리와 달리, 빅은 캐리에게 침대에서 볼 수 있는 최고급 TV를 게 선물한다. 혹시 사랑이 식은 걸까?


미스터 빅 역의 크리스 노스는 1954년 생으로, 연극무대와 TV 시리즈를 오가며 커리어를 쌓던 중, [SATC] 시즌 1에 출연해서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고 골든글로브 후보에 올랐다. 크리스 노스의 또 다른 히트작으로는 TV 드라마 [뉴욕 특수 수사대]가 있다. 총을 든 형사의 강인함도 잘 어울리지만, 송충이 눈썹을 꿈틀 움직이며 “Absol-F**king-utly”를 능글맞게 내뱉는 꽃중년이 크리스 노스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New Middle East 새로운 중동 아부다비?

스미스가 [사막의 심장]이라는 중동 배경 영화에 출연한 일을 계기로 사만다는 “두바이는 한 물 갔다. 이제 새로운 중동은 아부다비”라는 말을 듣는다. 내친김에 아부다비로 초특급 공짜 여행을 떠나게 된 사만다와 친구들. 만약 ‘새로운 중동’이라는 의미가 럭셔리 휴양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아부다비는 확실히 ‘새로운 중동’이다. 호화로운 좌석과 라운지 바를 갖춘 에어 레미레이트 항공의 에어버스 A 380 기종을 본따서 만든 ‘하늘의 호텔’을 시작으로, 개인 ‘하인’이 24시간 밀착 서비스하는 프라이빗 서비스며, 호텔인지 성인지 분간하기 힘든 초호화 호텔, 그리고 그 곳을 즐기기 위해 모여든 다국적 부유층이 스크린을 채운다. 아부다비의 전통 향료시장을 잠깐 보여주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이 새로운 중동에서 ‘캐리들’이 가장 답답한 건, 여성에 대해 비개방적인 중동의 문화다. 여자들은 검은 히잡으로 온 몸을 가리고 눈만 빼꼼 내놓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갑갑해 보인다. 입을 가리는 히잡을 쓰고 프렌치프라이를 먹는 여자를 신기하게 구경하는 캐리의 모습이 ‘낯선 문화의 경험’이라고 부르기엔 많이 부족하다. 결국 새로운 중동의 성문화를 도무지 참을 수 없었던 사만다가 폭발하고, 그녀 덕분에 캐리들의 화려한 휴가는 아수라장이 된다. 사만타가 매력적인 야수남과 야외 원 나잇 스탠드를 하려다 경찰에 발각되어 체포된 것. 그녀들을 괘씸히 여긴 호텔부호는 지원을 끊어버리고, 졸지에 1박에 2만2천 달러의 방값을 내게 된 그녀들은 ‘내 사랑 뉴욕’으로 도망치듯 날아온다.



O.S.T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죽이는 언니들’의 영화에 음악계의 ‘죽이는 언니들’이 목소리를 보탠 OST는 이 영화가 내놓는 또 다른 보석이다. 전편에 등장해 캐리의 순박한 개인비서를 연기했던 제니퍼 허드슨을 비롯해, 엘리샤 키스, 리오나 루이스, 다이도와 ‘전설’ 신디 로퍼와 라이자 미넬리도 OST에 참가했다. 엘리샤 키스가 부르는 블론디의 명곡 ‘Rapture’은 이번 영화의 ‘얼굴’이다. 반짝거리는 HBO 로고와 이제는 마치 내 고향처럼 익숙한 뉴욕의 마천루를 비추는 유명한 오프닝 시퀀스 위로 엘리샤 키스의 편안한 목소리가 흐른다. 1편에서는 블랙 아이드 피스의 보컬 퍼기가 빠르고 강한 비트의 ‘Lable or Love’를 흥겹게 부른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특히 이번 영화에선 캐리, 사만다, 미란다, 샬롯이 직접부른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네 여인이 아부다비의 나이트클럽 노래방에서 헬렌 레디의 ‘I am Woman’을 합창한다. “브로드웨이 출신의 캐리는 아주 익숙하게, 샬롯은 소울을 부르듯, 사만다는 쉐어처럼” 불렀다는 게 미란다의 전언이다.



Patricia Field 패션 마술사 패트리샤 필드

이 영화의 ‘숨은 감독’ 혹은 ‘숨은 주인공’은 바로 의상 감독을 맡고 있는 패트라샤 필드다. 1960년대 중반부터 뉴욕에 부티크를 운영하며 패션계에 발을 들인 그녀는, [섹스 앤 더 시티]시리즈를 비롯해 [어글리 베티] [캐시미어 마피아] [더티 섹시 머니] 등 ‘패션’과 연관이 있는 인기 TV 시리즈의 의상을 진두지휘하는 ‘드라마 패션계의 거장’이다. TV 시리즈로 패션 감각을 인정받은 그녀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쇼퍼홀릭]의 의상을 담당했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생애 최초로 아카데미 의상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패트리샤 필드는 “시리즈 초반엔 옷 한 벌 빌리기가 쉽지 않았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유명 브랜드가 협찬을 꺼렸기 때문에 패트리샤는 직접 제작한 의상과 뉴욕의 빈티지 시장을 샅샅이 뒤져 발견한 보석들을 캐리 4인방에게 입혔다. 한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캐리의 옷장엔 “제발 잠시만 노출해달라”는 쪽지와 함께 브랜드 의상들이 산처럼 쌓이기 시작했고, [SATC]는 패션 바이블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Quotes 말말말

바쁜 촬영 일정 중에도 카메오 출연을 자청한 페넬로페 크루즈는 “나는 [섹스 앤 더 시티]의 광팬이자 사라 제시카 파커를 열렬히 흠모하는 관객이다. 내가 사랑하는 시리즈에 출연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이라며 팬심 가득한 이유를 밝혔다.


6월4일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프리미어 행사에선 신시아 닉슨(사진)이 20년 전 한국여행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20년 전 쯤 대학시절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했고, 한국에도 온 적이 있다. 부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인상이 깊었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탔는데 좌석에 앉은 한 아주머니가 아무 말 없이 내 짐을 대신 들어줬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건 아니니까.”


드라마와 영화에서 섹시 패션을 고집하는 사만다 역의 킴 캐트럴은 “나는 평소엔 아주 편안한 스타일을 즐겨 입는다. 트레이닝 복이나 스웨터 등 신축성이 좋은 편안한 옷만 입는다. 하지만 패트리샤 필드 의상 감독 덕분에 [섹스 앤 더 시티]에선 화려하고 섹시한 옷을 입는 흥미진진한 보물찾기를 즐긴다.”



Remarkable Place 기억해야하는 장소

시리즈 팬들에게 가장 반가운 장소는 ‘캐리의 아파트’일 듯. 매디슨 가와 센트럴 파크 사이, 그리니치 빌리지 73번가 페리 스트리트에 위치한 ‘캐리의 아파트’가 2편에서도 등장한다. 캐리가 굿나잇 키스로 연인들의 애간장을 태우거나, 데이트 패션을 패션쇼하듯 선보이던 계단과, 불쑥 나타나 캐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던 빅의 리무진을 바라보던 창도 그대로다. 캐리가 뉴욕에 처음 도착한 날을 회상하는 오프닝 신은 보그도프 굿먼과 플라자 호텔이 맞닿는 5번가 모퉁이의 작은 공원에서 촬영했다. 바로 몇 블록 너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가 있었지만, SATC 팬들에겐 대통령보다 캐리! 이 장면을 찍는 거리엔 수 천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스미스의 새 영화 프리미어 행사장은 지그펠트 극장에서 촬영했고, 높은 천장과 과감한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영화 뒤풀이 장소는 최근 새로 리노베이션을 마친 엠파이어 호텔의 로비에서 촬영했다.



Sexual Word SATC가 남긴 섹스 워드

아무리 개방적인 미국이라지만, SATC가 태어나기 전엔 어떤 여상도 브라운관 안에서 이렇게 ‘야한’ 단어를 입 밖으로 뱉은 적이 없었다. SATC가 세상에 내놓은 최고의 ‘섹스 워드’ 5를 엄선하면 다음과 같다. 5위는 ‘섹스 필름 Sex on Film’이다. 시즌 6에서 연하의 남친 스미스와 사귀는 사만다는 그와의 관계를 언론에 노출시키고 싶어서 안달복달한다. 그녀가 택한 방법은 그들의 섹스 장면을 촬영하여 온라인에 유포시키는 것이다. 한국말로 직역하면 ‘몰카’. 4위는 ‘쓰리섬 Threesome’으로 역시 사만다의 작품이다. 시즌 4에서 사만다는 리처드의 생일 선물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스무 살 아가씨와 동반 섹스를 제안한다. 하지만 눈치 없고 경험 부족한 스무 살은 리처드에게 ‘daddy’라는 치명적인 단어를 내뱉고, 그 순간 사만다와 리처드의 은밀한 침실에서 쫓겨나는 봉변을 당한다. 사만다 언니의 KO승! 3위는 ‘물놀이 Watersports’로 캐리의 에피소드다. 시즌 3에서 캐리는 훈남 정치인 빌과 연애를 하며 ‘제2의 재클린 케네디’를 잠시 꿈꾼다. 하지만 정치인 빌은 멀쩡한 외모와는 달리 다소 ‘깨는’ 성적 취향을 지녔다. 관계를 맺는 도중 난데없이 캐리에게 ‘오줌 세례’를 부탁한 것. 고심 끝에 캐리는 ‘물놀이’를 거절하고, 그 이유로 빌에게 차이고 만다. 2위도 사만다의 에피소드로 ‘비아그라’가 차지했다. 시즌 3에서 사만다는 남성의 전유물로 알려진 비아그라를 직접 복용하고, 천국의 섹스를 경험한다. 그녀의 형언할 수 없는 리얼한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대망의 1위는 얌전한 고양이 샬롯의 차지다. ‘토끼 The Rabbt’라는 귀여운 이름의 바이브레이터를 애용하던 미란다가 샬롯에게 ‘토끼’에게 중독되는 시즌 1의 에피소드. 그 뒤 ‘토끼’는 공공연한 바이브레이터의 은어로 사용됐다.



Trouble 그녀들의 새로운 문제

2편에서 주인공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결혼 생활이다. 2년차 유부녀가 된 캐리는 이 안정적인 일상에서 특별한 자극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불안해한다. 미스터 빅은 TV 리모콘을 끼고 사는 배불뚝이 아저씨가 될 것만 같다. 일상의 자극과 자유를 위해 일주일에 이틀만 떨어져 지내자고 먼저 제안했다가, 미스터 빅이 기다렸다는 듯 좋다고 하자 상처 받는다. 샬롯의 문제는 착하고 일 잘하는 ‘G 컵 노브라’의 보모다. 어느 날인가부터 해리도 아기를 돌본다는 이유로 보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주드 로’도 보모와 바람을 피운다던데, 샬롯은 걱정이다. 미란다는 휴대전화와 일의 노예가 된 현실이 못마땅하다. 그렇게 열심히 일만 하건만, 자신의 의견을 묵살하는 회사 보스에게 뚜껑이 열리기 일보직전. 좋은 엄마, 멋진 아내도 좋지만, 훌륭한 변호사의 타이틀을 잃고 싶지 않은 그녀다. 사만다는 호르몬이 문제. 하루에 40알씩 호르몬제를 털어넣는 그녀는, 1년이라도 더 오래 섹스의 기쁨을 누리며 살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사만다의 노력의 결과는 관객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Unbelievable Cameos 놀라운 카메오들

SATC는 놀라운 카메오를 등장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TV 시리즈의 잊을 수 없는 카메오부터 살펴보자. 록 스타 존 본 조비는 ‘시즌 2’에서 캐리의 정신과 상담 동기로 출연(에피소드 13), 섹스를 한 여자와 진지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바람둥이를 연기했다. ‘시즌 3’에서 맷 데이먼의 매니저를 사칭하며 캐리를 유혹하는, 허우대만 멀쩡한 주택 관리인은 코믹 배우 빈스 본(에피소드 13). 역시 ‘시즌 3’에서 캐리를 양성애자들의 세계로 끌어들였던 마성의 레즈비언은 캐나다의 여성 록커 엘라니스 모리셋이다(에피소드 4). ‘시즌 4’에서 고가의 에르메스 버킨 백에 목숨을 건 사만다는 자신의 고객인 유명 여배우의 이름을 팔아 백을 손에 넣으려 하지만, 버킨 백은 결국 여배우의 손에 들어간다. 사만다의 공이 들어간 버킨 백을 날름 집어 삼킨 도끼눈의 여배우는 다름 아닌 루시 리우(에피소드 12). ‘시즌 4’에서 엉겁결에 패션쇼에서 런웨이 위를 걷게 된 캐리. 캐리가 찜한 드레스를 입고 학 다리로 성큼성큼 무대를 가로지르는 모델은 독일 출신의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이다(에피소드 2).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시즌 2’에 깜짝 출연했으며(에피소드 8), 데이비드 듀코브니는 ‘시즌 6’에서 캐리의 고등학교 시절 남자친구로 얼굴을 내밀었다(에피소드 10). 2편에서도 놀라운 카메오가 기다리고 있다. 리얼리티 쇼 [프로젝트 런웨이]의 신사 팀 건(사진)과 아이돌스타 마일리 사일러스가 사만다의 패션 센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페넬로페 크루즈가 유부남 빅에게 관심을 보이는 미모의 은행가로 깜짝 등장해 캐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Vogue 보그

1편에서 칼럼니스트이자, ‘웨딩 화보’의 주인공으로 세계적인 패션전문지 ‘보그’의 주인공이 됐던 캐리. 이 시리즈에서 보그는 캐리의 뉴욕 생활의 궁극적인 지향점이었다. 보그에 칼럼을 쓴다는 건, 부와 명예를 양 손에 쥐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2편에서는 “프리랜서도 보그에 기고 중”이라는 짧은 언급만 등장한다. 이번 영화에서 그녀는 칼럼니스트의 면모보다는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모습이 부각된다. 결혼에 관한 에세이 [I DO, DO I?]를 출판한 그녀는 [뉴요커]를 통해 “결혼의 침묵 서약이나 잘 지켜라”는 피눈물나는 평가를 받고 좌절한다.



Wedding 결혼식

2편에서도 최고의 이벤트는 바로 ‘결혼’이다. 결혼식의 주인공을 알면 기절할 지도 모른다. 바로 캐리의 단짝 게이친구 스탠포드와 샬롯의 게이친구 안소니 마란티노가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 베스트 프랜드의 결혼식에 ‘베스트 맨’이 된 캐리는 미스터 빅과 나란히 턱시도를 맞춰입고 결혼식장으로 향한다. 결혼식장에서 하객에게 “결혼 하자마자 바람을 피우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안소니의 따발총 수다도 반갑다. 친구라기보다는 좋은 언니 같았던 스탠포드는 “순결한” 흰색 양복을 곱게 차려입고 신부 대기실에서 캐리와 따뜻한 포옹을 나눈다. 이 결혼식의 주례이자 특별 무대의 주인공은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뮤지컬 가수 라이자 미넬 리가 맡았다. 1973년 [카바레]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뮤지컬 계의 전설’은 비욘세의 ‘Single Lady’를 부르며 섹시하고도 파워풀한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 안소니와 스탠포드의 결혼식이 열린 이곳은 촬영허가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버그도프로, 외관을 제외한 촬영은 부룩클린에서 진행됐다.



X-Man 과거의 남자들

수많은 연애와 이별을 겪으면서 SATC의 그녀들은 어른이 되어갔다. 영화 1편에서 연하의 미남 배우 스미스의 청혼을 끝내 거절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온 사만다를 제외하면, 캐리, 미란다, 샬롯이 모두 ‘아줌마’가 됐다. 2편에 등장하는 인물을 제외하고 그녀들의 젊은 시절을 수놓은 과거의 남자들을 잠시 정리해보자. 캐리에겐 ‘밉상의 진수’ 잭 버거가 있었다. 짝퉁’ 콜린 파렐을 연상시키는 외모,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쿨한 소설가. 캐리와 영혼을 나누는 연인 사이로 발전하지만 섹스도 영 시원찮고 성격은 소심하며 자격지심 또한 장난이 아니다. 캐리가 거금을 주고 산 빨간색 프라다 셔츠도 마다하고 무려 ‘포스트 잇’으로 헤어짐을 고한, 최악의 이별 방식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 남자. 버거가 남긴 명대사는 “미안해. 더 못 사귀겠어. 날 미워하진 마(I’m sorry. I can’t. Don’t hate me)”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He do not into you)가 있다. 또한 캐리의 아빠 같은 연인 알렉산더 페트로스키(사진)도 중요한 과거남이다. 러시아 아티스트로, 클래식하고 고지식한 ‘옛날’ 남자. 캐리를 꼬드겨 파리까지 불러와 놓고 자신의 예술세계에 빠져 그녀를 외롭게 한다. 전형적인 예술가타입. 샬롯에겐 전남편 트레이 맥두걸이 있다. 잘 나가는 치과의사이며 명문부호 맥두걸 가문의 장남이지만 지독한 마마보이에 발기 부전 환자. 이 치명적인 하자남은 괴물시어머니와 함께 2인조로 샬롯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하지만 순순히 아파트와 함께 이혼해준 데다, 결론적으론 샬롯의 남편 해리 골든브랫과 만나게 해 준 은인이다. 미란다의 철딱서니 없는 연하남 스키퍼도 있다. 그녀의 공식적인 첫 남자친구로 저주받은 곱슬머리에 고지식해보이는 금테안경 등 취약한 외모 조건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인 구애로 미란다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란다가 그의 어린애 같은 취향을 넘어서지 못해 헤어졌다. 쿨한 사만다 여사에게도 아픈 사랑이 있었으니, 바로 호텔 재벌 리처드 라이트. 사만다가 사랑해 마지않는 신체적 특징과 함께 선물인심도 후한 쾌남이었다. 사랑 따윈 필요없다던 사만다에게 최초로 떨리는 감정을 선사했으나, 타고난 호색한일 탓에 바람을 피우다 걸린다. 외도 노이로제에 시달리던 사만다는 “내 명에 죽고 싶다”며 멋지게 이별을 선언한다.



Youth 풋풋한 과거

2편이 시리즈의 팬들을 위해 마련한 선물은 네 주인공의 20년 전 모습을 선보인 오프닝이다. 긴 금발을 보글보글 볶고, 루즈한 흰색 니트 상의와 흰바지를 맞춰 입고 뉴욕에 도착해 택시 하나 못 잡고 발을 동동 구르는 20대의 캐리와 우아한 흰색 드레스를 입고 여유롭게 택시를 잡아타는 현재의 캐리를 교차하는 시퀀스를 시작으로, 캐리가 샬롯, 미란다, 사만다와 만나게 된 과정을 짧게 브리핑한다. 이 과정에서 20년 전 샬롯, 미란다, 사만다를 만날 수 있는 것. 웨이트리스로 생활비를 벌던 캐리는 뉴욕에 도착한 다음 날, 프레피 룩의 샬롯과 친구가 됐고, 그 다음엔 촌스러운 단발머리와 구닥다리 정장을 입고 백화점 탈의실에서 울고 있는 미란다와 만나 친구가 됐고, 마지막으로 클럽에서 섹시하기로 소문난 바텐더였던 사만다와 만난다. 거대한 핑크 리본을 머리에 매고 청재킷과 란제리 룩으로 한껏 멋을 낸 캐리의 ‘짝퉁 마돈나 촌티 패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Zest to next Movie 속편에 대한 열정

시리즈가 끝난 뒤, 과거의 에피소드를 무한반복재생하며 캐리 4인방을 추억해 온 팬들에게 영화화 소식은 가뭄의 단비 같았다. 1편을 넘어 2편으로 건너오면서 전문 평단에게 살벌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런 평가가 SATC 열성팬들의 극장 행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정치적인 올바름에 대한 문제와는 별개로 캐릭터를 향한 관객의 사랑이 뜨겁기 때문이다. 2편의 흥행성적과 무관하게 우리는 3편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지만, 에이단 역의 존 코벳이 한 인터뷰에서 “아마 내가 다시 출연할 일은 없겠지만, 3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벳은 “마이클 패트릭 킹은 이 시리즈에 대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SATC의 팬들은 분명 킹의 아이디어를 좋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어쩌면 캐릭터와 함께 늙어가는 진기한 시리즈를 얻게 될 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2편의 부족함을 “시리즈의 죽음”을 논하지 말자. 제임스 본드도, 배트맨도 매번 훌륭했던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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