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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리스 힐튼은 최악의 배우?

할리우드 제일의 셀러브리티 패리스 힐튼은 진지한 배우가 되길 원하지만,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그녀는 언제쯤 영화다운 영화에서 역할다운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올해 골든 래즈베리 시상식은 온통 네온 핑크빛이었다. 골칫덩어리 공주님, 패리스 힐튼의 이야기다. 그녀는 최악의 여배우상과 최악의 커플상(하티 & 노티), 최악의 여우조연상(리포! 지네틱 오페라)을 휩쓸며 3관왕 자리에 올랐다. 이미 3년 전 <하우스 오브 왁스>로 최악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니, 초라한 필모그래피 치고 굉장한 성과(?)다. 힐튼의 굴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IMDB(인터넷무비데이터베이스)가 집계한 역대 최악의 영화 100편을 보면, 힐튼의 출연작은 무려 세 편(하티 & 노티, 플레지 디스!, 힐즈)이나 포함돼 있다. ‘배우’라는 타이틀을 단 이후 꾸준히 졸작만 내놓은 힐튼. 정말 소문대로 멍청한 걸까, 아니면 배짱이 두둑한 걸까.

애초부터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힐튼은, 공공연히 이렇게 말해왔다. “나는 힐튼가의 손녀로 알려지고 싶지 않다. ‘패리스’로 알려지고 싶다.” 물론이다. 그녀를 고상한 귀족 아가씨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타블로이드지들의 가장 지루한 가십’이자 미디어 노출증 환자, 백치의 금발. 이것이 바로 힐튼에게 따라붙는 지긋지긋한 이미지다. 동네 북 취급받는 게 영 마뜩치 않을 텐데도, 정작 힐튼은 하늘을 찌르는 자신감으로 밀어붙인다. 그녀는 “나는 세상 누구보다 더 똑똑하다”고 말하면서도 “월마트(Walmart)가 벽지(wallpaper)를 파는 가게인 줄 알았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자신을 마릴린 먼로, 다이애나 비를 잇는 ‘금발 아이콘’이라고 정의 내린다.

“나는 연기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고, 몇몇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나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세간의 조롱을 받으면서도, 힐튼은 배우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적극적이기까지 하다. 그 증거로, IMDB 평점 1.6점(10점 만점)과 1.7점에 빛나는 <플레지 디스!>와 <하티 & 노티>는 힐튼이 직접 제작한 영화들이다. 최근에는 <트와일라잇>(08)의 속편 <뉴 문>의 배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혹시 <트와일라잇>의 주연배우 로버트 패틴슨과의 염문 뒤에도 나름의 전략이 있었던 걸까?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가십 메이커 힐튼과 엮이는 게 골치 아팠던 패틴슨은 그녀와 거리를 두기로 결심했다고.

힐튼이 ‘최악의 여배우’로 꼽히는 상황은, 그녀의 연기력과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녀가 패리스 힐튼이기 때문이다. 힐튼이 출연한 영화들을 한번 살펴보자. 그 안에는 타블로이드 신문에 난 사진을 따다 합성해 놓은 듯, ‘셀러브리티’ 패리스 힐튼만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그녀는 핑크색 명품을 두르고 있고, 훤칠한 몸매를 드러내며 웃음을 흘리는가 하면, 귀족 아가씨가 처음으로 월마트에 간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만큼 연기를 하기엔, 힐튼의 이미지는 너무 강력하다. 엄청나게 모험심이 강한 감독을 만난다면 또 모를까. 지금으로선 힐튼이 진지한 배우가 될 가능성은 힐튼 영화의 평점만큼이나 낮아 보인다. 패리스 힐튼 주연의 ‘가난한 소녀의 치열한 생존기’ 같은 영화를, 당신은 볼 용기가 있는가.

<SCREEN> 2009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