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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의 젊은 하녀와 늙은 하녀 임상수 감독의 에는 젊은 하녀와 늙은 하녀가 등장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젊은 하녀 ‘은이’지만, 늙은 하녀 ‘병식’이 없었다면 이야기의 퍼즐은 맞춰지지 못했을 것이다. 과거 은이처럼 살았을지도 모를, 그리고 은이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를 병식. 그녀를 위한 스핀오프 드라마가 하나 등장해도 좋지 않을까?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를 보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늙은 하녀’ 병식(윤여정)이었다. 병식은 오랫동안 이 집에서 하녀로 일해 왔기에, 아무리 “아더메치”(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한 상황이 와도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다. 침묵하는 대신 그녀는 700평짜리 번지르르한 대저택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일들을, 마치 부엉이처럼 지켜볼 뿐이다. 사실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건 젊은 .. 더보기
무규칙 배우, 니콜러스 케이지 언제부터 니콜러스 케이지가 농담의 대상이 됐을까?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한 ‘케서방’이라서? 가속도가 붙은 탈모 증세와 무기력한 눈빛 때문에? 젊은 시절 흐느적거리던 매력이 퇴색한 건 사실이지만, 그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은 아직 그가 전성기임을 보여준다. 아무리 사람마다 취향이 제각각이라지만, 니콜러스 케이지의 브로마이드를 침대 맡에 붙여놓는 소녀들은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좀 잔인하게 비교하자면, 톰 크루즈나 맷 딜런 같은 또래 배우들이 ‘포지티브’한 에너지를 주는 반면, 케이지는 한없이 ‘네거티브’한 쪽에 가깝다. 처진 눈썹, 일찌감치 체념한 듯한 눈빛, 듣는 이의 멘탈 상태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 저음의 목소리. 좋게 말하면 우수에 젖은 이미지인데, 나쁘게 말하면 조금 맹하게 보이는 것도 같.. 더보기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 Music is a Miracle 에밀 쿠스트리차 &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 지난 6월24일, 에밀 쿠스트리차가 한국을 방문했다. 영화감독 자격으로서가 아니라, 집시 록 밴드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의 멤버로서. 2시간 동안 펄펄 끓는 에너지를 불어넣은 콘서트는, 쿠스트리차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흥겨운 난장이었다. 그 열기와 광기를 되새겨 본다. 광기 어린 난장 벌판 위에 친 천막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 땅 위의 먼지가 터질 듯한 사운드에 놀라 공중에 들끓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LG아트센터는 국내 최고의 음향시설을 자랑하는 공연장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에밀 쿠스트리차 &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거장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는 해도, 이들의 음악을 어찌 질서정연하게 앉아서 즐길 수 .. 더보기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 별난 인생, 별난 표류기 시트콤이 세트 밖으로 나갔다. 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40부작 시트콤 . 미국 히트 드라마 를 살짝 비튼 건 맞지만, 은 거대한 음모 드라마라기보다 별난 인종들을 요목조목 관찰한 인류보고서에 더 가깝다. 노아의 방주에 선택된 동물들 중에는 겹치는 종이 하나도 없었다. 세상에 다시 뿌리를 내리고 번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종들이 살아남았을 뿐이다. 이런 경제적인 법칙은 드라마, 특히 시트콤의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캐릭터의 재미가 극 전체의 재미를 좌우하는 시트콤에서, 비슷한 성향의 인간들은 거의 없다. 그들은 한 공간에서 숨쉬고 함께 살아갈지라도 애초에 다른 유전자를 지닌 존재들이다. 때문에 캐릭터 각각을 관찰하는 재미와 그 캐릭터들이 충돌할 때 빚어내는 시너지 효과까지 동.. 더보기
패리스 힐튼은 최악의 배우? 할리우드 제일의 셀러브리티 패리스 힐튼은 진지한 배우가 되길 원하지만,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그녀는 언제쯤 영화다운 영화에서 역할다운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올해 골든 래즈베리 시상식은 온통 네온 핑크빛이었다. 골칫덩어리 공주님, 패리스 힐튼의 이야기다. 그녀는 최악의 여배우상과 최악의 커플상(하티 & 노티), 최악의 여우조연상(리포! 지네틱 오페라)을 휩쓸며 3관왕 자리에 올랐다. 이미 3년 전 로 최악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니, 초라한 필모그래피 치고 굉장한 성과(?)다. 힐튼의 굴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IMDB(인터넷무비데이터베이스)가 집계한 역대 최악의 영화 100편을 보면, 힐튼의 출연작은 무려 세 편(하티 & 노티, 플레지 디스!, 힐즈)이나 포함돼 있다. ‘배우’라는 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