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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 보낸 한철

<아마존의 눈물>의 김진만, 김현철 PD 인터뷰

지금 대한민국에서 김진만, 김현철 PD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MBC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에 이어 <아마존의 눈물>에서 다시 한번 지구의 눈물을 이야기한 이들은, 이번에는 사라져가는 아마존에 대해 경고했다. 이미 이들의 눈물겨운 고생담과 아마존에서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잘 알려졌지만, 아직도 들을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하다. 3월25일 <아마존의 눈물> 극장판 개봉을 앞두고, 이 쾌활한 두 PD들을 만났다.

PROLOGUE
제작비 15억 원, 제작기간 250일. 얼핏 어마어마한 물량처럼 들리지만, 사실 ‘명품 다큐’ <아마존의 눈물>을 완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었고, 엄청나게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그러나 기적처럼 아마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겠다는 이들의 희망은 실현됐다. 다큐로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 20% 돌파와 해외시장 판매로 이미 제작비를 회수한 <아마존의 눈물>은, 이제 큰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언론시사에서 공개된 바에 의하면, <아마존의 눈물>은 3, 4부에 소개된 파괴된 밀림의 모습은 대폭 줄이고, 1, 2부에서 방송되었던 원시의 모습을 주로 담았다. 아마존의 날것을 좀더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의도에서였다. 원시에서 악전고투하며 한철을 보냈던 이들. <아마존의 눈물> 스탭들은 고통과 불편을 감수하는 대신, 원시의 지혜와 감동을 담아 돌아왔다.

■ 생사에 기로에 섰던 250일

지적 재산권 논란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는데요. 어느 정도 해결이 됐는지요.
김현철 :
네, 다 해결됐어요. 우리가 정승희 PD에게 서운하게 한 점이 분명 있었고, 서로 오해할 만한 부분들이 있었어요. 다만 그분이 <아마존의 눈물>을 제대로 안 보신 상태에서 프로그램 전체를 휘청하게 한 부분이 있어서, 그 점에 대해서는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당시 제가 허리가 아파서 아마존 헌팅도 못 간 상태였거든요. 그때 전화를 드렸어야 했는데 못했죠. 그 점은 제가 사과를 드렸고, 서로 풀었습니다.

<아마존의 눈물>은 제작진의 고생담으로 큰 화제를 모았어요. 혹시 작품보다 그런 쪽으로만 부각되는 게 우려스럽지는 않았나요?
김현철 :
사실 프로그램에 고생담이 많이 들어간 건 아니에요. 다만 벌레 물린 장면들을 프롤로그에 좀 썼는데, 그게 시청자 입장에서는 너무 강렬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솔직히 우리도 작품에 출연하는 걸 워낙 안 좋아하고, 찍히는 것도 어색하거든요.
김진만 : 그건 일종의 MBC 전통이에요. 창사특집 다큐는 보통 3부작으로 만들고 메이킹을 넣는데, 이번에도 전통대로 한 것뿐이에요. 그게 제작비 회수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한 회가 더 나오니까. 이번에는 서비스 개념으로 프롤로그를 한 편 더 넣었죠. 메이킹 부분은 조연출이 많이 찍는데, 촬영하랴 짐 들랴… 조연출이 굉장히 학대받았죠.(웃음)

두 PD가 함께 프로그램을 책임지다 보면, 아무래도 부담은 덜했겠습니다.
김현철 :
둘이 가니까 그런 건 좋아요. “우리가 이런 건 못 찍었으니까 너희들이 일출과 일몰 장면을 더 찍어라”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기대는 면도 있고.
김진만 : 마음은 급한데 못 찍는 경우가 많으니까, 상대편이 해주리라 생각하면 당연히 마음은 편해지죠.

그래서 생태팀이 큰 사고를 당했을 때 김현철 PD에게 대뜸 하신 말이 “찍었어?”였나요?(웃음)
김현철 :
아, 그 얘기는 하지 마세요. 또 안 좋은 기억이 나려고 하네.(웃음)
김진만 : 현철이가 죽었으면 블로그에 사진과 추모의 글을 올려주려 했어요. 아다지오풍으로 그윽하게 음악 깔고.(웃음) 농담이고, 살아 돌아온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진짜 운이 좋았죠. 무슨 일이 있었으면 방송이고 뭐고 없었을 거예요.

<아마존의 눈물>은 미학적인 성취로도 좋은 평가를 받은 프로그램입니다. 육안으로 본 아마존을 어느 정도까지 카메라에 담아왔다고 자평하시는지요.
김현철 : 일단 씨네플렉스(360도 회전 가능한 항공촬영 카메라)가 ‘명품 다큐’의 상징처럼 되었어요. 그건 BBC의 <플래닛 어스>에서 주로 많이 썼고 <북극의 눈물> 때도 썼는데, 그 경험을 활용해 이번에도 사용했어요. 덕분에 아마존의 밀림과 강, 아마존 숲이 불에 타서 없어지는 모습 등 많은 부분을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특수촬영이나 수중촬영 준비를 많이 해갔어요. 그런 부분에 욕심이 났거든요. 나무가 쓰러지는 장면을 위해서는 나무에 조그만 6밀리 카메라를 달았어요. 그밖에 스테디캠도 들고 갔는데, 워낙 힘들어서 많이 쓰진 못했죠.

아무래도 고가 장비는 생태팀 쪽에 몰려있었겠네요.
김현철 : 아무래도 그렇죠. 부족팀은 일단 경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이쪽 팀은 스테디캠 가져갔다가 결국 의자로 썼다잖아.(웃음) 그게 80kg이니….
김진만 : 며칠 동안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데가 있잖아요. 거기서 또 1km 걸어 들어가야 해요. 어휴, 스테디캠을 볼 때마다 버리고 싶었어요. 대충 잃어버렸다고 하고 보험 신청할까도 생각했었어요. 딱 두 번 스테디캠을 꺼냈는데, 카메라맨들이 거의 다 죽었어요. 덥고 습한데 그 무거운 걸 들고 축제 같은 걸 찍고 나면 너무 힘들어요. 그 다음부터는 안 꺼냈어요.(웃음) 부족에서는 언제 어디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잖아요. 그걸 다 찍으면 좋겠지만, 그러다가는 우리가 죽겠더라고요. 그래서 취사선택해서 찍어야 하는데, 그럴 때 주인공을 정하면 몰입해서 찍기 좋죠.

일종의 캐스팅 작업인데요. 부족에 도착해서 주인공을 고르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나요?
김진만 :
그때 그때 달랐어요. 도착하자마자 얘기가 잘 되어서 부족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골라주기도 했어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우리가 이틀 정도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주인공을 정했어요. 하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바꾼 경우도 많아요. 협조 문제라든가, 우리에게 이상한 걸 요구할 때. 보통은 촬영이 3분의 1쯤 진행된 후부터 제대로 돌아갔어요. 앞 촬영분은 아무래도 많이 버리게 되더라고요.

이상한 걸 요구한다라….
김진만 :
방송에도 나왔던 코담배 같은 거죠. 한두 시간씩 자기와 코담배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호기롭게 한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전혀 안 했어요. 조연출과 통역이 번갈아가면서 하게 시켰는데, 이러다가 애들 죽겠더라고요. 그래서 3번씩 하고 그날 포기했어요.

조연출은 얼마나 PD가 미웠을까요.(웃음)
김진만 : 
아, 좋아하던데? 나중엔 엄청 즐기는 것 같아서.(웃음)
김현철 : 걔(조연출) 말에 은근히 가시가 있었어.(웃음)

■ 원주민들은 어떻게 사랑을 나눌까?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대상에게 어느 정도까지 접근할 것인가 결정을 내려야 했을 텐데요. 이를테면 부족민들이 물속에서 포옹하는 모습이라거나 사랑을 나누는 모습까지는 담기 힘드니까요.
김진만 :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거예요. 촬영할 때 항상 후나이(브라질 원주민 보호국)에서 나온 사람들이 같이 따라다녔는데, 반드시 그들한테 먼저 얘기해야 해요. 사실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촬영하고 싶었어요. 부족민들은 주로 자식들을 재워놓고 해먹에서 사랑을 나눈다는데, 그런 걸 촬영해도 되냐고 했더니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욕심은 났어요. 하지만 그게 싫다고 한다면 저희도 찍어선 안 되겠죠.
김현철 : 아니, 그런 게 왜 찍고 싶었을까?(웃음)
김진만 : 궁금하잖아! 인류학적 관심이야. 해먹이 많이 흔들리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웃음) 과학적인 궁금증이었어요. 카메라 감독(송인혁 촬영감독)은 아주 궁금해 죽을라 그랬어.

아무리 객관적인 다큐멘터리라 해도 주관이 개입될 때가 있었을 텐데요. 예를 들어 마티스 부족의 마리윈 축제에서 아이들을 때리는 장면은 저도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문명사회의 잣대로 들이대면 아동학대나 여성차별이 될 만한 부분도 분명 있을 것 같고요. 촬영하면서 그런 윤리적인 딜레마는 없었는지요.
김진만 :
마리윈 같은 경우는 저희도 초반에 놀랐어요. 대체 왜 아이들을 때릴까, 하고. 정보를 통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해하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나중에는 조금씩 이해가 됐어요. 이들이 정글 속에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때리면서 강인하게 자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촬영하고 편집할 때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단순히 호기심의 발로에서 이런 이상한 풍습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차원이 아니라, 왜 이들이 이런 풍습을 갖고 있는지를 이해하면서 그들 편에 서서 풀어나가고 싶었죠.
김현철 : 한번은 자료조사를 하면서 아이를 산 채로 묻는 부족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가령 장애아가 태어나면 악령이 왔다고 해서 산 채로 묻더라고요. 어느 동영상에서인가 봤는데, 정말 불편해서 못 보겠더라고요. 만약 우리 앞에 그런 장면이 펼쳐진다면, 이걸 찍을 것인가 아니면 저 아이를 살릴 것인가 고민은 하겠죠. 하지만 마리윈 정도는…. 그거 별로 아프지도 않고.(웃음)
김진만 : 아냐, 아프긴 해. 내가 조연출한테 맞아보라고 했어. 걔가 깜짝 놀라더라고.

하여튼 뭐만 했다 하면 조연출을 시키는군요.(웃음)
김현철 :
우리는 조연출이 다 해요.(웃음)
김진만 : 근데 촬영 도중에 끝나버려서 맞는 타이밍을 놓쳤어요. 애들을 때리는 나무가 다 부러졌다고 하더라고. 그렇다고 조연출한테 나무를 더 가져오라고 하기는 그렇잖아요.(웃음)

육체적인 고생도 그렇지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생태팀 같은 경우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고요. 거기서 느껴지는 외로움 같은 것?
김현철 :
그런 것도 있고, 무엇보다 제작비의 압박이 심했어요. 처음에는 조에족도 찍지 말라고 했어요. 제작비가 안 되니까. 일단 씨네플렉스 비용만 1억 가까이 들어갔고, 경비행기를 타고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200~300만 원이 들었어요.
김진만 : 부족에 한 번 들어갔다 오면 5~6천만 원씩 들어요. 비행기나 배 기름값만 거의 1천만 원이 드는 거예요. 조에족을 찍으려면 6~7천만이 드는데, 이미 제작비가 오버된 상태였어요. 그렇다고 안 찍을 수는 없잖아요. 에이, 징계 먹고 그냥 찍자 했는데, 다행히 징계를 안 내리더라고요.

징계라니요?
김진만 : 제작비를 10% 이상 오버하면 징계를 받아요. 국장이 사인을 해야 하는데, 국장에게는 치명적인 부담인 거죠. 더구나 교양국의 경우 그런 부담이 더 심해요.
김현철 : 배 전복 사고가 난 이틀 후인가, 국장님에게 전화해서 목소리 깔고 이렇게 말했어요. “저, 이런 식으로 촬영하고 싶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땡겨주십시오.”(웃음) 그랬더니 그 다음날 국장님이 회의 소집해서 통과가 됐어요.
김진만 : 사고난 건 그렇게 해결됐는데, 조에족 들어가기 전에 국장님한테 전화했더니 전화 안 받던데?(웃음) 사실 서로 불편한 거죠. 오지에서는 하루 하루가 다 돈이에요. 촬영 없이 하루를 보내면 한 팀당 150만 원이 그냥 나가는 건데, 기다리는 상황에서도 부담이 컸어요.

어떻게 보면, 유연한 시스템에서는 <아마존의 눈물>이 절대 나올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빡빡한 스케줄이었기에 오히려 작품이 빨리 나왔던 것 같아요.
김현철 :
어휴, 어떻게 보면 한국의 이 지랄같은 방송환경 때문에 나올 수 있었어요. 사실 편집을 이렇게 하는 것도 미친 스케줄이었어요.
김진만 : 저는 작년 12월1일에 한국에 돌아왔는데, 12월18일 방송에 조에족 분량을 내야 했어요. 어떻게 편집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되긴 되더라고요. 다행히 현지에서 번역을 다 해와서 가능했어요. 사실 영화도 마찬가지에요. 우리가 이렇게 영화를 빨리 했어야 하나, 고민스럽더라고요.

화를 내면 지는 거다!

<북극의 눈물> 촬영 때, 허태정 PD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토지>를 들고 갔다고 들었어요. 이번에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뭔가를 가져갔나요?
김현철 : 아, 맞다. 북극곰 기다리면서 <토지>를 읽었다고 들었어요. 저희는 아무것도 안 가져갔어요. 다만 그릇된 정보로 며칠씩 공칠 때면 화가 많이 났어요. 화를 내면 돌아오는 반응은 무조건 “야, 여기는 아마존이야”에요. 근데 여기서 화를 내면 미래가 담보가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현지 스탭들에게는 한 번도 화를 안 냈어요. …아! 한 번 싸웠구나.(웃음) 호텔 로비에서 돈 문제로 대판 싸우고. 그러다가 뭐, 저는 그냥 일기를 쓰면서 보냈어요.
김진만 : 책 읽을 시간이 없었어요. 짬이 날 때마다 밥 하고 빨래해야죠.

그리고 부족민들에게는 절대 화를 내면 안 되겠죠.(웃음)
김현철 :
그랬다가는 (창에) 꽂히지.
김진만 : 저는 계속 저자세로 있었어요. 그래서 속상할 때마다 담배를 진짜 많이 폈어요. 원래 브라질 사람들이 시간개념이 희미하대요. 브라질 도시 가정에 저녁 7시 초대를 받고 7시에 가면 깜짝 놀라요. 7시에 오면 어떡하냐고.(웃음) 아직 요리는 시작도 안 했고. 9시쯤 가는 게 맞는 거야.(웃음) 부족민은 그보다 더 시간이나 약속에 대한 개념이 약해요. 가장 열받을 때가 사냥하러 갈 때였어요. 새벽에 사냥을 떠나겠다고 해서 4~5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있으면, 오후 2시쯤에나 떠나요. 그런 기다림, 약속을 안 지키는 것 때문에 힘들었죠. 그러다가 나중에는 마음을 비워요. 에이, 갈 때 되면 가겠지, 하고.

미리 알고 갔어도, 아마존에 가서 직접 경험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게 있다면요?
김진만 :
일단 문명인으로서의 삶의 조건이 전혀 없다는 것. 솔직히 화장실 정도는 있을 줄 알았어요. 물론 화장실이 있는 부족도 있지만, 대부분은 없거든요. 아마존강에서 씻고, 미생물이 잔뜩 든 강물을 마셔요. 그들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저희는 그런 게 너무 힘들었어요. 촬영은 둘째치고, 화장실에 가고 먹고 마시고 잠을 자는 이런 과정들이 너무 힘드니까. 근데 나중에는 다 적응이 되더라고요. 물론 아무리 적응해도 옷을 다 벗고 다니는 것은 독특하기는 하죠.(웃음) 아마존은 아침에 굉장히 추워요. 12~13도까지 내려가는데, 조에족들은 절대 옷을 안 입거든요. 뽀뚜루도 절대 빼지 않아요. 뽀뚜루를 씻을 때나 바꿀 때만 잠깐 빼더라고요.

뽀뚜루를 낀 모습을 직접 봤을 때도 놀라웠을 것 같습니다.
김진만 :
사실 처음엔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너무 불편해 보이니까 빼주고 싶고.(웃음) 저들은 대체 남녀가 입 맞추는 게 가능할까, 궁금했는데 안 하는 것 같아요. 음식을 먹을 때도 앞니는 짝이 안 맞으니까 어금니로 갈아서 먹어요. 오래되면 잇몸에 병도 생기고. 저 귀찮은 걸 왜 할까, 생각했는데 그들 입장에서는 뽀뚜루를 안 하는 게 더 부끄러운 거죠.

부족팀의 경우, 사람으로 인해 감동을 받은 반면 사람 때문에 실망하고 좌절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 같아요.
김진만 :
인디오들에 대한 책을 보면 굉장히 철학적이잖아요. 자연에 대해서도 관조적이고. 떠나기 전에는 그런 걸 많이 기대했어요. 그런데 문명이 들어간 부족들은 그렇지 않아요. 굉장히 자본주의적이에요. 돈이 최고이고, 움직일 때마다 돈이나 물건이 필요하고. 그래서 저희 물건들이 없어지기도 하고, 저희 물건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자연으로부터 모든 걸 얻었던 과거 원주민들의 삶은 없어지고, 이제는 도시를 동경하면서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실망했죠. 그래서 사실 1차 촬영 끝냈을 때는 ‘우리가 이런 걸 찍으러 갔어야 했나’ 하고 기분이 많이 안 좋았어요.

<아마존의 눈물>은 본편 3부작과 프롤로그, 에필로그 이렇게 5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편은 자연 다큐멘터리에 가깝고, 어떤 편은 강한 메시지를 갖고 있는데요. 각자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잘 드러난 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진만 :
1부 <마지막 원시의 땅>의 경우 솔직히 편집을 하면서도 재미가 없었어요. 프롤로그는 워낙 강렬하고 빠르게 진행되는데, 1부에서 보여준 원시의 삶은 빠르지 않거든요. 굉장히 느리고 소소한 일상이죠. 편집을 하면서 재미가 없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저는 1부에 제일 애착이 많이 가요. 특히 조에족의 삶. 어떻게 보면 재미없는 삶이지만, 한없이 평화롭고 지혜로운 삶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소소함이 주는 원시의 매력이 있어요. 원래 저는 빠르게 편집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 경우는 의외로 마음에 들었어요.
김현철 : 저는 슬로스(나무늘보)라는 동물을 찍을 때요. 슬로스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는데, 우리가 못 견뎌서.(웃음) 삶의 속도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3부에서 원시에 살다가 도시에 나와 걸인이 된 할머니가 나오잖아요. 그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야노마미족 추장이 말했던 것이 생각났어요. “작은 벌레 하나, 나무 한 그루, 한 부족이 사라진다는 건 결국 이 세상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이 말을 우리가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아마존을 통해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아마존의 날것을 담은 극장판

<아마존의 눈물>을 촬영하면서 극장판까지 염두에 두셨는지요.
김현철 :
<북극의 눈물>이 그렇게 했으니까 얼핏 생각하긴 했는데, 완전히 염두에 두고 가지는 않았어요. 극장 개봉은 1부가 방영될 무렵 배급사 마운틴픽처스에서 제의가 왔어요.
김진만 : 사실 영화를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어요. 기본적으로는 방송 위주죠. 현장에서 여유가 생기면 좀더 길게 천천히 찍어보려고 했는데, 상황이 발생하면 일단 찍고 봐야 했어요.

그렇다면 이번 극장판은 어떤 기준으로 편집했나요?
김진만 :
기준이라기보다, 영화를 왜 하느냐란 쪽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여러 번 말씀드린 대로, 아마존의 날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어요. 방영 전부터 모자이크 논란이 워낙 심했는데, 영화에서는 생생한 아마존을 보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기회를 드리고 싶었어요.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이번 극장판에서는 ‘야물루’라는 와우라족 소녀 이야기를 좀더 집어넣었어요. 이 소녀의 이야기를 많이 찍었는데, 방송에서는 많이 못 썼거든요. 그 정도일 뿐 ‘영화에서는 이렇게 해야지’ 식으로 어깨에 힘주면서 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관객들이 큰 화면으로 감동받을 수 있고, TV로 볼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아프리카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까지, MBC는 지구를 눈물바다로 만들 기세로군요.(웃음) 일단 드림팀이 만들어진 상태이니, 다음 작품은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김진만 :
그렇지는 않아요. 다 힘들죠. 다만 각각이 주는 매력은 분명 있는 것 같아요. <북극의 눈물>이 서정적인 느낌이었다면, <아마존의 눈물>은 좀더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직접적인 피해와 고통, 인간에 의한 파괴가 더 잘 보이잖아요. 아프리카 같은 경우는 좀더 다른 내용이 나갈 거예요. 남극도 마찬가지고요. 각각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거지, 진화하는 개념은 아니라고 봐요.

또 가라고 하면 갈 생각이 있나요?(웃음) 아무래도 한번 노하우가 쌓였으니.
김현철 :
아마존이요? (한숨) 가야죠. 회사원이니 국장이나 팀장이 가라고 하면….(웃음) 아, 근데 전 더위가 너무 싫어요. 벌레도…. (김진만 PD를 보며) 근데 다음에는 좀 낫겠지?
김진만 : 어휴, 훨씬 낫지. 긴팔, 긴바지 입고 그냥 더위는 포기하고 모기만 막으면 되니까.(웃음) 그런데 우리가 찍었던 사람들의 뒷이야기는 정말 궁금해요. 모닌의 아기가 태어난 모습도 보고 싶고. 조연출이 연출이 되어서 그때 찍어오면 제일 좋겠죠.
김현철 : 그렇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부분이 다큐의 매력인 것 같아요. 그림이 다 있기 때문에, 그게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하는 것들이요.

<북극의 눈물>과 <아마존의 눈물> 때문에 ‘명품 다큐’란 말도 생겨났는데, 정작 일선에서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로 인해서 정말 제작 시스템이 나아졌다고 보시는지요.
김현철 :
전혀 아닐 거예요. 앞으로 다큐를 만드는 일은 더 힘들어질 걸요. 한두 편에 집중해서 만들 뿐이죠. 지금도 경쟁이 얼마나 심해요.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악(惡)인데. 다큐조차도 그런 시대에요. 다만 가능성을 본 부분은 있어요. 다큐도 이렇게 하니까 시청률도 나오고 수익도 낼 수 있구나, 이런 인식이 생기니 기분 좋은 일이죠.

마지막으로 여담입니다만, <무릎팍 도사> 출연 이후 신변에 작은 변화라도 생겼나요?(웃음)
김진만 :
아, 없더라고요.
김현철 : 왜 이래, 소개팅 100건 들어온 거 얘기해야지!
김진만 : 어휴, 아니야. 어차피 뜬구름 잡는 얘기야.
김현철 : 왜? 부질없어?(웃음)
김진만 : (한숨) 부질없어. 변하지 않는 건 자연밖에 없어.(일동 폭소)

EPILOGUE
극장판 편집까지 마쳤으니, 이제 <아마존의 눈물>은 김진만, 김현철 PD의 손을 완전히 떠났다.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관객 3만 명을 동원해야 하지만, 어쨌거나 두 PD들은 다시 새로운 길을 향해 떠나야 한다. “죽음을 극사실주의적으로 보여주고 싶다”던 김현철 PD는 얼마 전 티베트 여행을 다녀왔고, 이제 다음 미션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김진만 PD는 아마존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4월 말에 곧바로 남극으로 떠난다. <아프리카의 눈물>에 이어 ‘지구 눈물’ 시리즈의 마지막편이 될 <남극의 눈물> 촬영을 위해서다. “설마 아마존만큼 고생이 심할까” 말했지만, 또 어떤 사건사고가 닥칠지는 그도, 우리도 모른다. 다만 이번에는 떠나는 길이 좀더 순탄하길,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남극에서 다시 한번 깊은 울림을 담아 돌아오길 바란다.

네이버 스페셜 무비 에디션  No.679  2010.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