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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전하는 말> 中 프롤로그

항상 자신이 어떤 것을 선택해야 더 좋을지, 더 행복해지는 길일지 망설임 없이 결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마다, 그리고 그 결정이 지닌 영향력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선택이나 결정 앞에서는 겁이 난다.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 어떤 색의 티셔츠를 살까, 친구랑 무엇을 하고 놀까. 이 정도는 가볍다. 이 사람과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을까, 나에겐 어떤 재능이 있는 걸까, 라는 질문들로 옮겨가면 슬슬 마음이 무거워진다.

우리가 자신보다 더 강하고 똑똑한 누군가의 의견에 기대려 할 때 마음 속에서 작용하는 것은, 바로 결정에 대한 두려움이다. 굳이 대단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사소해 보이지만 정작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들, 내가 어떤 공부나 일을 하고 어떤 사람과 어울릴 것인가 등의 결정을 할 때만 해도 그렇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월터 카우프만은 여기에 결정공포증(Decidophobia)’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교를 갖고, 어떤 철학 사조에 매료되거나, 하나의 주장을 하는 단체에 속해 사회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결혼을 하는 것도 이 결정공포증의 영향이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점에 의존해온 이유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누가 나에게 시원한 답을 줘.’ 라고 당신의 마음이 외칠 때, 점을 보러 간다.

흔히들 점성술이라 부르는 천문 해석(Astrology)’도 이런 도구로 이용되어 왔다. ‘믿거나 말거나라 생각하더라도, 잡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페이지 중 하나가 별점이라는 건 많은 이들이 여기에 흥미 있다는 걸 보여준다. 굳이 찾아가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우연히 걸려든 별점 페이지를 그냥 넘어가는 일은 드물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누군가가 내 운세, 또는 운명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듣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다.

천문 해석은 삶이라는 여행을 위한 일종의 지도다. 낯선 곳을 여행할 때 지도가 없어도 어찌어찌 길을 찾아갈 수는 있다. 하지만 지도가 있으면 좀더 쉽게 여행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지도는 길을 보여줄 뿐이고 선택을 대신 내려주진 않는다. 지도는 좀더 쉽게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당신의 손을 잡고 이끌어준다. 하지만 여전히 남겨진 결정은 여행자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이뤄진다.

이 책은 천문 해석에서 가장 기본적인 12개 별자리의 성격을 담고 있다. 말하자면 지도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도로와 지표들로 이뤄진, 일종의 약도라고 할 수 있다. 상세한 지도가 아니어서 충분한 건 아니지만, 가장 필수적인 내용의 요약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우리가 여행하는 낯선 세상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천문 해석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면 듣게 되는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대개는 비슷한 호기심과 의문들에서 나오는 질문들이다. 그리고 당신이 이 책을 사서 보고 있든 서점에 서서 살까 말까를 고민하며 맛 보고 있건 간에, 이와 비슷한 의문을 품고 있을 거다. 핵심은 물론, ‘이 별자리 뭐라는 것이 믿을 만한가? 그저 심심풀이 헛소리가 아닐까?’로 요약될 수 있다.

 

별점이나 점성술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데 왜 굳이 천문 해석이라고 하는가?

천문 해석은 단지 점을 치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점성술이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그림을 그려보자. 어두운 방, 수정구슬을 앞에 둔 여자, 마치 신탁이라도 받는 것처럼 신비한 기운에 휩싸여 늘어놓는 단정적인 예언의 말. 이런 그림일까? ‘이라고 하면 천문 해석이 할 수 있는 역할의 일부분에만 주목하게 된다. 그보다 천문 해석은 나와 남,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이다. 결국은 우리 함께 좀더 잘 살기 위해, 각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걸 찾아 길을 잘 닦아가기 위해서다.

 

잡지에 실리는 별자리 운세를 보면 내 별자리가 아니어도 나한테 들어맞는 것처럼 생각될 때가 많은데, 누구한테나 맞는 뻔한 소릴 하는 것 아닌가?

전 세계 인구를 단 12개의 방에 나눠 넣고, 한 방에 속한 사람들은 모두 같은 성격을 지녔으며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인간이,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별로 고민할 게 없다. 천문 해석이 단지 12개의 별자리로 인간을 단순화한다면 수천 년의 역사를 두고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왔을 리 없다.

잡지에 단골로 실리는 별자리 운세를 보면서, 나는 양자리인데 천칭자리 해석도 내 얘기처럼 들린다거나 하는 건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양자리라고 하면, 그것은 그가 태어날 때 태양이 있던 자리를 뜻한다. 그런데 우리는 태양의 자리만이 아니라, 달과 화성과 금성 등 여러 천체의 위치에 영향을 받는다. 흔히 양자리를 두고 성격 급하다고 한다. 그런데 양자리인 어떤 사람은 누가 봐도 침착하고 어쩌면 무겁기까지 할 수도 있다. 양자리와 달리 신중한 성격의 별자리가 그 사람의 다른 행성들에 크게 영향 미친다면 충분히 그렇게 된다. 따라서 마치 혈액형별 성격처럼 어느 별자리의 전형적인 성격이 무엇이라 단정적으로 말하는 공식만 보거나, 12개로 나뉜 별자리 운세를 봐서는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어떤 성격도 한 별자리의 독점적인 특징은 아니다. 예를 들어, 황소자리의 큰 키워드 중 하나는 물질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물질적 풍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다. 다만 황소자리는 다른 자리와 비교했을 때 그 방면에 좀더 예민하다. 황소자리들 중에서도 사람에 따라 정도가 다를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다른 자리보다 그 분야의 수치가 높다. 물고기자리는 동정심이 많다. 그러면 물고기자리 외에는 동정심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을까? 아니, 다만 물고기자리는 다른 자리보다 유난히 동정심의 영역이 발달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누군가의 태양 자리만을 두고 그를 이해하는 것이 소용 있는 일인가?

그렇다. 물론 자세한 분석을 위해서는 모든 행성과 별자리의 영향을 고려해야 하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태양 자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우리 몸의 70퍼센트는 물이라는데, 우리 마음의 70퍼센트는 태양의 영향으로 이뤄진다. 지구의 생명체가 물질적으로 태양 에너지에 의존해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성격과 운명에 미치는 태양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다만 태양의 자리가 부여한 성격은 앞에서 얘기한대로 다른 여러 행성과 별자리들의 성격에 물들어 나타난다. 사람이 알몸으로 사는 게 아니라 옷을 입고 화장도 하는 것처럼, 안에 숨겨진 성격은 필터를 거쳐 밖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철들기 전에는 태양 자리의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자신의 본래 성격이 어떤지 파악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서 그리고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서, 태양 자리 외의 영향이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사람도 있다. 또한 여러 개의 필터가 뒤섞여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변덕스러운 사람도 충분히 있다.

철들기 시작하는 시기를 천문 해석에서는 보통 30세로 본다. 사회적으로는 10대 후반의 사춘기가 어른으로 넘어가는 시기라지만, 천문에서 보는 기준은 다른 셈이다. 물론 이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며, 죽을 때까지 어린애처럼 사는 사람도 있다. 좋은 의미의 아이라면 좋겠지만, 몸은 나이 들어가고 사회에서 기대하는 역할 역시 커지는데 마음은 자라지 않아 않아 균형이 깨진 를 말하는 거다.

여기서 철든다는 기준은 자신의 태양 자리가 지닌 긍정적인 성격을 얼마나 잘 발현했느냐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 23세쯤 되었다면, 아직 자신에게서 태양 자리의 성격을 잘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 바람에 난 느긋하고 느리다는 황소자리인데도 왜 이렇게 성질이 급할까?’ 라는 의문을 가져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내재해 있는 그 70퍼센트의 성격은 언젠가 드러나야만 하고,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지금 당장 느껴지지 않더라도 잘 파고 들어가면 태양 자리의 기질에 따라 행동하고 있기 마련이다.

 

인간의 운명이 행성과 별자리 배치에 의해 정해졌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미신 아닐까?

천문 해석은 오랜 전 이슬람 문화권에서 시작되어 서양의 지식인들이 이어왔다. 동양에서도 따로 천문 해석의 체계가 발전했는데, 여기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서양의 천문 해석 방법이다. 천문학자 케플러도, 심리학자 칼 융도 천문 해석에 심취한 사람들이었다.

오쇼 라즈니쉬의 말을 빌리자면, 천문 해석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세상 모든 별들은 특정 진동을 내뿜는다. 소리와 빛처럼, 세상의 모든 물질은 저마다의 파동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태어나던 순간을 상상해보자. 우주의 해와 달, 다른 행성들과 수많은 별들은 어떤 배치를 이루고 있었을 것이다. 별들은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질 않으니 그 배치는 1초마다 달라지고, 그래서 모든 이는 고유한 별의 배치 아래에서 태어난다. 물론 간발의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는 꽤나 비슷한 차트를 타고 난다.

각 별자리와 행성이 뿜어내는 파동은 서로 부딪혀 굴곡을 만들고 특별한 무늬를 이룬다. 실제로는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파동이지만, 눈에 보이게 그리면 아주 복잡한 거미줄처럼 얽히고 물결치게 된다. 이걸 쉽게 이해하려면 초등학교 때 과학 시간 실험 하나를 기억해보면 된다. 자석 여러 개를 놓고 그 주변에 철가루를 뿌리면 철가루가 자석 배치에 따라 특정 무늬를 이루며 줄을 선다. 철가루는 스스로 힘으로 무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자석들 사이에 형성된 자기장의 모양을 보여줄 뿐이다. 인간이 볼 수 없는 자기장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그 장 안의 다른 사물에 영향을 미친다.

, 여기까지는 그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별들이 아주 광대한 우주에 흩뿌려져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그 별들로부터 나오는 파동의 물결이 까마득한 우주를 건너 지구상의 매우 작은 존재인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일단 미심쩍더라도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해 인간의 몸이 아주 민감한 감광판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들이 이룬 파동의 무늬는 출생의 순간에 인간의 몸에 새겨진다. 우리 눈으로 보면 CD에 어떤 음악이 들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CD 표면에는 그 음악이 만들어낸 파동이 기억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인간의 영혼을 꿰뚫어보는 도사가 아닌 다음에야, 우리 몸에 새겨진 무늬를 직접 볼 수는 없다. 인간이 태어나던 순간의 별들의 위치를 담은 지도인 출생 차트는 우리 몸에 새겨진 바로 그 무늬를 보여 주는 설계도 역할을 한다. 고대 천문학자들은 일일이 별의 운행을 계산해 출생 차트를 그려야 했지만 이제는 전용 프로그램이 있어서 생년월일시와 태어난 장소를 입력하면 1초만에 열어볼 수 있다. 이 차트에는 태양과 달을 비롯한 10개 행성, 12개의 별자리들, 그리고 또 몇 개의 천체들이 복잡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배치되고 어떤 각도를 맺고 있는지를 모두 읽어야 정확한 설계도를 볼 수 있다.

 

그러면 천문 해석은 왜 필요한가? 길흉화복을 예측하기 위한 도구인가?

앞에서 천문 차트가 설계도라고 했다. 건축가가 볼 때 설계도는 무언가를 짓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럼 이미 우리는 지어졌고 존재하고 있는데 이 설계도를 들여다보는 이유는 뭘까? 어떤 건물에 문제가 생겨서 수리를 해야 할 때, 설계도는 그 건물을 이해하는 지도가 된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별자리 지도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몸과 마음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이해하는 지도가 된다. 당신에게 더 잘 맞는 길을 찾기 위해서, 혹시 병이 들었다면 치유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도 쓸모가 있다. 그리고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별자리를 이해해 그 사람과 잘 지낼 방법을 찾을 때도 필요하다.   

그래서 천문 해석자는 결국 인생 상담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20대 중반에 심리 상담을 받으러 다녔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솔직히 천문 해석이 훨씬 효과적이다. 일단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가면 열심히 자신이 살아온 이야길 해야 하지 않나. 이 과정만으로도 10번의 세션은 족히 지나간다. 그 와중에 1시간에 몇 만원씩 하는 상담비가 나가는 건 물론이다. 그런데 천문은, 대략의 큰 그림은 이미 상담자가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세세한 그림에 대해서는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지만, 상담자가 문제의 핵심을 이미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편하다. 심리학자인 칼 융이 천문 해석에 심취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 아닐까? 함께 천문을 공부한 친구 중에 고등학교 교사가 있는데, 학생들을 상담할 때 별자리를 고려해서 이야기하면 훨씬 효과가 좋다고 한다.  

모든 인간은 잘 살기를 바란다. 사람마다 잘 산다는 것의 기준은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다. 종종 사람들은 자기 기준에 따라 남에게도 이렇게 살아야 행복하다고 강요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직업이나 결혼 상대자, 삶의 방식을 부모가 강요할 때, 부모는 자신의 기준에서 자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거다. 그런데 천문은 저마다 다른 삶의 기준과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확신하기 어려울 때, 원하는 것이 있어도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을지 어려울 때도 방법을 알려준다. 가족, 친구, 애인, 선생, 회사 동료나 상사, 사회에서 맺는 모든 관계를 놓고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는지 대한 조언도 해준다. 경제서적 코너에 한 자리를 차지하는 처세서가 제시하는 성공을 위한 인간 관계론과 다르다. 특정 별자리 누군가와 잘 지내려면 신경 써야 하는 항목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으면 훨씬 유용하다. 설계도를 훔쳐보는 것이니 컴퓨터 프로그램의 소스에 몰래 들어가는 해커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영화 <매트릭스>의 등장인물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천문 해석은 단지 언제쯤이면 돈을 많이 벌고, 결혼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점 치는 도구가 아니다. 사람들은 별자리라고 하면 일단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주기를 기대한다. 물론 천문 해석에는 그런 기능도 있다. 하지만 천문 해석은 단순히 별을 보며 점을 치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오랫동안 연구되고 발전해 왔다.

언제 좋은 사람을 만날지, 큰 돈을 벌게 될지, 오랫동안 준비하고 원하던 기회를 얻게 될 지가 궁금한가? 누군들 궁금하지 않을까마는, 작은 그림보다는 나라는 인간이 어떻게 생겨먹었으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큰 그림을 아는 것이 먼저다. 내가 가는 길에 숨어 있는 돌뿌리나 지뢰를 찾아내는 건, 일단 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파악한 다음에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은 이미 정해진 운명에 의해 살아갈 뿐이며, 자유의지는 없나?

정확한 시나리오가 없는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해보자. 감독은 배우들에게 상황과 각 캐릭터의 성격에 대해서만 알려준 뒤 마음대로 연기하고 사건을 만들어가라고 한다. 큐 사인이 떨어진다. 배우들은 주어진 상황을 고려하고 자신에게 부여된 캐릭터의 성격을 생각하면서 연기를 한다. 마찬가지다. 인간 역시 기본으로 주어진 캐릭터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인생이라는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천문 차트에 나타나는 사항들은 거대한 매트릭스인 세상에 내가 갖고 태어난 스펙이다. 그래서 천문 차트를 읽어줄 때도 당신은 이렇다’, 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보다는 당신은 이런 경향을 지녔다라고 이야기한다. 같은 사양의 컴퓨터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 성능과 기능은 매우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쉽다. 어떤 사람은 이 타고난 성격을 재료로 삼아 자신에게도 좋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길을 찾아 잘 살아간다. 근데 옆집 사람은 자기 인생을 함부로 굴릴 수도 있다. 자유의지는 내가 내리는 결정에 얼마나 작용할까? 그 정도를 정확한 퍼센트로 이야기하기란 어렵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당신이 들고 싶은 어느 쪽 발이든 한쪽 발을 들어라. 그러고나서 땅을 디디고 있는 다른쪽 발을 들 수 있을까?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주제이지만,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인간은 이전에 내린 선택 안에서 앞으로의 선택에 제한 받는다.

때로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럼 나는 왜 그렇게 고달픈 스펙을 타고 나서, 힘들게 노력해야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거지? 이렇게 생각해보자. 삶은 일종의 게임이다. 만일 내가 레벨 1의 게임을 하면 그리 힘들지도 않고 목표에도 금세 도달할 거다. 하지만 레벨 10의 게임으로 들어왔으면, 더 많은 에너지와 능력이 필요할 거도 괴롭고 머리 아프기도 할거다. 하지만 그만큼 게임을 끝냈을 때의, 목표를 완수했을 때의 기쁨과 보람은 크다.

 

어느 별자리가 좋은 별자리이고 나쁜 별자리인가?

좋은 별자리도 나쁜 별자리도 없다. 모든 별자리는 잘 하는 게 있고, 서투른 게 있다. 그리고 모든 별자리는 잘 쓰면 이롭고, 잘못 쓰면 해롭다. 같은 풀이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한 사람이 그 별자리의 약과 독을 동시에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스스로를 돌아보며 독을 줄이고 약을 늘리면 자신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롭다.

이와 비슷하게 나와 맞는 별자리가 무엇인가? 내 남자친구는 이런 별자리인데 나랑 잘 맞나?’ 라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절대적으로 잘 맞는 별자리 조합은 없다. 소위 말하는 궁합으로 생각하면, 서로 비슷한 성격을 지닌 별자리의 조합이 충돌 없이 잘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성격의 별자리끼리 만난다 해도 어느 한쪽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그 성격을 발휘하면 싸움이 난다. 그리고 서로 비슷해서 안정감을 주면 편안하지만, 따분해지고 싫증 나서 다른 사람을 찾는 문제도 있다. 반면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만나면 싸우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없는 면이 신선해서 매력을 느끼고,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다.

누가 나에게 잘 맞는 사람인가를 묻지 말고, 이런 별자리, 이런 성격의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물어봐라.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주변 사람들과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생각하기 시작하면 인생이 훨씬 재미있어진다.

그런데 워낙 성숙한 사람이라면 이리저리 따질 필요도 없다. 자신의 별자리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쓰는 사람은 누구에게라도 좋은 인상을 주고 인간 관계를 잘 맺어간다. 주변에 그런 친구 없는지 잘 생각해봐라. 물론 성인군자라 해도 불량배를 만나면 좀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테고, 상대가 호응해주지 않으면 관계란 것은 맺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마냥 독 기운만 뿜어대는 사람이 주변에서 괴롭힐 수도 있다. 그럴 땐 상처받지 않게 슬쩍 피하는 요령도 필요하다.

 

이 정도면 천문 해석이 무엇인지, 조금은 감이 잡혔을까?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이해하는 부분도, 의문도 많아질 거다. “난 염소자리인데 쌍둥이자리가 더 맞아요!” 라고 따지고 싶어질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당신의 라이징 사인이나 문 사인이 쌍둥이자리일 가능성이 크다. 라이징 사인이란 당신이 태어나던 순간에 지평선에 떠오르고 있던 별자리를 뜻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당신이 영향 받고 있는 수많은 별과 행성들의 관계를 모두 알고 싶다면 출생 차트를 뽑아봐야 한다. 차트상의 복잡한 그림을 해석해야 정확하고 세세하게 당신의 기본 성격이나 행동 패턴, 인간 관계에서의 어려움이나 어떤 일에 재능을 갖고 있는지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우선은, 기본이 되는 12개의 별자리부터 알아가는 게 순서다. 첫 번째 자리는 갓 태어난 생명의 에너지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양자리다.
 

::<별이 전하는 말> (글 김준범) 에서 프롤로그와 편집을 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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